사회 사회일반

"HPV, 암으로 커질라"… ‘소문 속 치료제’ 찾아 위험한 여행[커지는 바이러스 공포, 정책은 반쪽]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1 17:57

수정 2019.12.11 17:57

<상> 감염자 10배 늘었는데… 치료제 없는 한국
자궁경부암 유발 HPV 감염 증가
국내엔 치료제 없이 예방 백신뿐
일부 환자들 러시아 치료제 의존
전문가 "임상실험 안거쳐 위험"
#.직장인 김모씨(29·여)는 최근 국가에서 시행하는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을 우연히 받았다가 난데없는 러시아행을 결심하게 됐다. 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나와 관련 검사도 함께 받은 결과,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 고위험군이 5개나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픈 카톡방, 관련 카페 등을 찾아보다보니 종종 러시아에 치료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게됐다"며 "이 바이러스에 대해 그동안 잘 알지도 못했는데, 딱히 치료제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암 단계로 진행될까 두려워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HPV, 암으로 커질라"… ‘소문 속 치료제’ 찾아 위험한 여행[커지는 바이러스 공포, 정책은 반쪽]

■20대 감염자 9년간 10배 증가

대표 여성암으로 불리는 자궁경부암 예방과 검진에 대한 정부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인식과 한발 늦은 정책 등으로 환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가는 모양새다.

특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등에 시간을 허비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아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진단 환자는 2014년 자궁경부암 환자 수는 5만3957명에서 2017년 5만9910명, 지난해 6만2071명 수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중 20대 환자가 같은 시기 2014년 2041명에서 337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5대 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젊은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HPV 바이러스에 감염된 20~24세 여성(심평원 등록 기준)들은 298명에서 2137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5만여명을 넘은 지난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HPV 감염증 백신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또 같은 시기부터 자궁경부암 국가검진 대상을 기존 30대 이상에서 20대 이상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해당 사업 등으로 20~30대 여성들은 뒤늦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바이러스 대해 알게 됐지만 국내에선 뚜렷한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다. 백신도 예방 차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치료 위험"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보고 러시아까지 치료제를 찾으러 가는 실정이다. 인터넷에 해당 약을 검색하면 후기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임상실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해당 약이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선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홍보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상실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약들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실제로 적용했을때 어떤 식으로 반응하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바이러스 공포심에 시간을 허비하다 나중에 병원에 오게 되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원영석 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하더라도 꾸준한 정밀검사를 통해 암은 예방이 가능하다"며 "현재 국내에선 그런 약들이 치료효과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홍보이사는 "HPV바이러스는 대사능력이 활발한 어린 나이에 감염될 경우 진행이 빠르다보니 어린 나이에 관련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국가에서 예방·홍보해 온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만큼만이라도 같이 교육하고, 대대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인다면 HPV도 충분히 예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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