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저금리에도 갈 곳 없는 돈… 올해 정기예금 65조 늘었다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1 18:00

수정 2019.12.11 18:22

시중은행 5곳 정기예금 671조
신예대율 앞두고 예금금리 유지
안전자산 선호 당분간 증가 전망
저금리에도 갈 곳 없는 돈… 올해 정기예금 65조 늘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저금리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몰렸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올 초 대비 65조여원(10.8%)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예금 확보'에 공을 들이면서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은 데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71조1607억원으로 올해 1월 605조5474억원보다 65조6133억원(10.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7조494억원(12.2%) 증가한 것과 비교해 소폭 줄었지만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10%대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7조여원 증가한 136조5163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11월말 정기예금은 올초 대비 각각 13조여원 늘어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은행은 올초 대비 12조여원 늘었고, 농협은행은 10조여원 늘었다.

금융권에선 최근 예금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대규모 손실을 낸 DLF 사태 이후 투자수요가 정기예금 등의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점 등을 요인으로 꼽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들은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예금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여 굳이 예금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6월말 1.6%대였던 AAA등급 금융채 5년물 기준금리는 현재 1.7% 초~중반대를 기록해 소폭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이후 지금보다 예금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단기 자금이 일시적으로 더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의 월별 예금추이를 보면 9월부터 정기예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7월 정기예금 규모는 129조여원이었지만, 11월에는 141조여원으로 급증했다.

아울러 신예대율 규제도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금금리가 1%대 초·중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가로 예금금리를 내리면 기존 고객마저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들은 아직 금리인하를 하지 않은 채 '눈치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정기예금 규모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곧 고객 불만으로 직결될 수 있다"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한 명의 고객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굳이 먼저 나서 금리인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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