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9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최근 메모리 단가 및 전방수요 변화, 반도체 제조용장비 주문과 같은 선행지표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메모리 경기의 회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메모리 경기와 우리 반도체 수출은 내년 중반경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우리 수출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 부진을 겪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수출 실적도 큰 폭으로 꺾였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2018년 하반기 이후 메모리 단가 하락 기대가 확산되면서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구매를 지연한 결과 단가 하락세가 심화됐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지난 2017년 우리 반도체 업계가 그랬듯 반도체 업체들은 호황기에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초과공급이 발생하면서 메모리 단가가 하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수요 확대기에 늘어난 공급이 탄력적으로 조절되지 못해 단가가 하락하면서 매출도 떨어진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수요와 공급 모두 과점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수요 확대기에는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반면, 반대로 수요 위축기에는 매출 보릿고개를 견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고서는 “메모리 단가 하락세가 둔화됨에 따라 그간 반도체 구매에 소극적이었던 서버부문 IT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구매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년간 감소세를 지속해온 개인용 컴퓨터(PC) 출하량도 올해 2·4분기 이후 증가로 전환됐다”고 했다. PC 출하량 증감률은 2017년 -0.6%, 2018년 -0.6%, 올해 1·4분기 -3.0%에서 올해 2·4분기 4.2%, 3·4분기 3.0%로 올랐다.
아울러 반도체 경기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제조용 장비업체 매출액도 최근 개선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액은 지난해 대비 감소폭이 축소됐으며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크게 하락했던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의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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