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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의 승부수' 배달의민족, 獨 요기요 본사 4.75조 인수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3 16:24

수정 2019.12.13 16:24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 4.75조원 평가
스타트업계 최대 규모 M&A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합작 '우아DH아시아' 설립
아시아 11개국 배달시장서 경쟁 본격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fnDB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fnDB
[파이낸셜뉴스] 국내 배달앱 1위이자 대표 스타트업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5조원 규모로 인수됐다.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약 5조원의 인수합병(M&A)이 성사된 된 것은 처음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전세계 40개국에서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며 국내에서는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사업자다. 사실상 국내 배달시장은 독일계가 장악하는 셈이 됐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지만, 국내에서 독립적으로 경영은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와 합작으로 만든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아시아 11개국 사업을 총괄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M&A 최대 규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우아한형제들과 DH 최고경영진은 이날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서에 서명했다.

특히 이번 협약서에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 7500억원)로 평가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김 대표를 포함,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13%)은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대표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 주주이자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멤버가 된다.

이번 딜은 토종 스타트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양측은 또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한다. 이 우아DH아시아를 김봉진 대표가 경영하는 것이다.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신규로 진출하는 배달앱 서비스에서 '배달의민족' 또는 '배민'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경쟁구도를 이어간다.

■아시아 배달시장서 '승부수'
이번 합작회사 설립은 국내에서 배달앱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김 대표가 내린 '승부수'라는 것이 우아한형제들 측 설명이다.

올해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쿠팡이츠 서비스를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이 전쟁터가 됐다. 김 대표는 포화시장에 다다른 국내 배달앱 시장보다 아시아시장에서 성장가능성을 보고 딜리버리히어로의 '러브콜'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우아DH아시아는 그랩, 우버이츠, 고젝 등 글로벌 플랫폼사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친다. 김 대표도 사내메일에서 "우리는 그동안 잘싸웠지만 어떻게 더 크게 성장할 지 고민해야할 시기"라면서 "글로벌 기업과 함께 손을 잡고 우리가 만든 서비스와 문화를 아시아 전역으로 함께 전파시키자"고 강조했다.

국내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김범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는다. 김 부사장은 주총 등을 거쳐 내년 1월2일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엔씨소프트, SK플래닛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다.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구조 다이어그램. 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구조 다이어그램. 우아한형제들 제공
■스타트업계 환영 "선순환 선례"
스타트업계는 토종 스타트업의 '빅딜'을 환영하며 스타트업계 선순환의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국내에 유니콘 기업이 많아졌는데 비싼 유니콘이 엑시트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날려주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투자자, 창업자에게 좋은 소식"이라면서 "김봉진 대표가 글로벌 경영에 참여하면서 우리 스타트업도 글로벌 경험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 센터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에서 독과점 이슈가 불거져나올 수 있어 승인을 받을 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배달의민족은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 그것을 회사의 브랜딩으로 잘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낸 보기 드문 스타트업"이라면서 "이번 합병으로 그간 만들어온 고유한 기업 문화가 글로벌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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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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