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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EU 탈원전 철회 기류 속뜻 잘 헤아려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5 17:28

수정 2019.12.15 17:28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그린딜'에 전격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EU 27개 회원국 지도자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2050 탄소 중립' 달성 목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정상들은 원자력에너지를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막을 대안으로 인정했다.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사실상 재분류한 셈이다.

EU 정상들이 진통 끝에 이런 합의에 이르기 전 유럽 주요국들에서 탈원전정책을 철회하려는 조짐이 이미 감지됐다. 수력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갖고 있는 스웨덴이 최근 압도적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원전 재개로 선회 중이다.
'원조 탈원전 정당' 격인 영국 야당 노동당이 신규 원전 건설 공약을 내건 것도 큰 변화다.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려면 석탄발전을 포기해야 하나, 이 경우 원전만 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 기술 수준으론 태양광·풍력 등으로 대용량 전력을 값싸게 확보할 수 없어서다.

EU 등 유럽 주요국이 이처럼 원전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가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이 될 판이다. 애초 이 국가들의 탈원전정책을 문재인정부가 벤치마킹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안정적 전력 확보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세계적 어젠다를 감안해 정부가 과속 탈원전 드라이브를 멈출 때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2%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이 공허해 보이는 까닭이 뭔가. 석탄화력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면 미세먼지는 다소 경감되지만, 온실 가스 배출은 막을 수 없어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라. 신규 원전 없이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도 전력요금은 2017년에 비해 2020년 5.0% 오르고, 2030년 25.8%, 2040년에는 33.0% 인상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장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방침이 걱정스럽다.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하고 전기료 폭탄에 직면하면 게도 놓치고 구럭도 잃는 꼴이 아닌가. 정부가 원전을 이념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과 환경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충언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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