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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미디어 아티스트 홍순철의 '검은 강, 숨은 숲 - 6 SENSES'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6 22:14

수정 2019.12.16 22:14

홍순철 '검은 강, 숨은 숲 - 6 SENSES'
홍순철 '검은 강, 숨은 숲 - 6 SENSES'
[파이낸셜뉴스] 자연의 섭리와 어우러지는 숲. 전라남도 나주의 '죽설헌'은 화가 박태후가 1만여평의 대지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든 한국식 토종정원이다. 미디어 설치 미술가인 홍순철 작가는 이 정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곳의 풍광에 매료됐다.

"강렬했던 그 체험. 모든 것을 새롭게 듣고, 보고, 냄새 맡고, 피부로 감각할 수 있었다"고 숲의 첫 느낌에 대해 말하는 그는 이 숲에서 자신을 되돌아봤다. 이미 미래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그는 초연결 정보사회 시스템 속에서 감각이 얼마나 무뎌지고 각질화되었는지를 자각했다. 외부의 수많은 것들과 연결된 '감각의 확장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실 '감각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그는 느꼈다.

그는 그때의 강렬한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는 죽설헌을 '숨은 숲'으로 명명하고 숨은 숲과 미술 전시장이라는 밖과 안의 두 공간이 연결되고 확장되게끔 하고 싶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다시금 자연과 생명, 공간과 시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체험하기를 바랬다.

그때의 경험으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러 광주광역시의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ACC)에서 그가 진행중인 전시 '검은 강, 숨은 숲 - 6 Senses'는 나주의 '숨은 숲'과 주변의 시공간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장의 시공간으로 옮겨오고 동시에 전시장의 풍경을 숨은 숲으로 내보내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진짜 현실인지를 질문하게끔 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 현실과 복제, 실재와 가상, 현실과 정보 등 현재 우리의 삶 속에 일상이 되어버린 혼합현실의 세계를 관객이 재인식케끔 유도한다.

그는 넓고 비어있는 100여평의 전시장을 10개의 대형스크린으로 둘러싸고 죽설헌의 숲과 연못을 영상으로 담아 상영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의 소리, 비가 나무와 숲을 스치며 내는 소리, 풀벌레와 작은 생명들이 내는 부산한 움직임이 영상과 소리로 담겼다. 전시장의 바닥 한켠에는 스크린이 수련 연못으로 분했다. 5층 높이의 천장에서 물방울이 스크린 위로 떨어지면 스크린 위에 놓인 수조 속 물이 파문을 일으키며 찰랑인다.

한켠에는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을 찍은 중계 영상이 다시 전송되고 이 영상은 죽설헌 현장의 정원 스크린에 다시 중계된다. 이 과정을 통해 홍 작가는 관람객이 "무엇이 현실이며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오감을 확장시켜 여섯번째 감각을 깨우고 자기 자신이 있는 '지금, 여기'를 새롭게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그는 말했다.

1989년 작가가 선보였던 작품 '검은강'에서 확장된 이번 전시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본성 '검음'에 초록을 입히는 작업이다. "세속적인 욕망과 탐욕의 단면 '검음' 속에서 피어나는 녹색의 생명을 보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전시는 2020년 1월 27일까지 아시아문화의전당 복합1관에서 열린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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