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블록체인 시범사업 발목 잡는 규제는? '개인정보보호법-전자서명법'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7 17:41

수정 2019.12.17 17:41

전자서명법-전자문서법 개정해야 헬스케어 분야서는 개인정보가 발목 해쉬값만 블록체인에 기록해도 문제될수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 활용한 규제 해소 추진해야

블록체인 기반 공공 서비스가 확산되고, 실제로 이용자들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서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정부 주도의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이같은 규제들이 서비스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2019년도 블록체인 규제개선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1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블록체인 진흥주간’의 주요 행사 중 하나다. 과기정통부의 블록체인 규제개선 연구반에 참여하고 있는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실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겪은 규제의 어려움을 소개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실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부딪힌 규제들이 소개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은 규제로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서명법을 꼽았다.


■전자서명법 개선 필요, 전자문서 법적 지위도 고민해야


블록체인 기반 중고차 유통 플랫폼 관련 연구를 맡은 정진명 단국대학교 교수는 “허위매매 방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인된 전자서명이 필요한데, 블록체인에서 이뤄지는 전자서명을 공인된 서명으로 볼 수 있느냐는 합의가 선행돼야 하며 특히 소비자 보호를 위해 청약철회도 가능해야 하는데, 블록체인 특성상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은솔 매디블록 공동대표가 17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9년도 블록체인 규제개선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은솔 매디블록 공동대표가 17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9년도 블록체인 규제개선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다만 정 교수는 “철회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풀어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노드들이 합의하면 내용을 변경하 수 있는 형태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용후 배터리 유통이력 관리 플랫폼 관련 연구를 맡은 김재민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도 “누가 사용후배터리를 관리하고 있는지와 같은 개인정보도 블록체인에 탑재될 수 있다”며 “개인정보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하면 노드 참여자들이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반 식품안전관리 인증제도 ‘해썹(HACCP)’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는 최인영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여러 법률을 살펴보면 특정 인증서나 문서를 반드시 서류로 발급해야 한다고 명시된 법률들이 있다”며 “전자문서가 일반 서류와 동일한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떤형태로든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헬스케어 분야서 개인정보 문제 발생


특히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하는 분야는 헬스케어 분야다. 특히 의료정보는 대부분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실제 개인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지 않고 암호화한 해쉬값만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쉬값만 기록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의료원과 블록체인 기반 의료 정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메디블록 이은솔 공동대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보수적으로 규정하면 해쉬값도 원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과 보험회사 간 의료정보 교류 서비스를 담당한 이대희 고려대학교 교수는 곧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가명정보 법안이 통과되면 블록체인에 탑재한 해쉬값을 가명정보로 볼 수 있느냐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또 가명정보를 보험금 지급을 위해 활용해도 되느냐도 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명 교수는 “법이나 제도 개선에 앞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 우선 규제를 풀어보고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확인한 뒤 실제 법,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청약철회와 같이 절대로 풀 수 없는 규제들은 기술적 개선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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