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입맛 당길 '옵션'없이
"직접 만나 대화하자" 안통해
이와중에 중·러는 北에 밀착
안보리에 대북제재 해제안 제출
"직접 만나 대화하자" 안통해
이와중에 중·러는 北에 밀착
안보리에 대북제재 해제안 제출
■북 냉담에 빈손으로 간 비건
17일 비건 대표는 2박3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국인 일본으로 향했다. 지난 16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비건 대표는 비핵화 진전이 더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미국의 데드라인은 없고, 북측 카운터파트와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결국 반응하지 않았다.
최근 북·미 갈등은 지난 8일과 14일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내놓은 이래 자칫 대결 국면으로 점화될 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의 첫 번째 도발 이후 "적대시정책으로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비건 대표의 회동 제안은 북한의 입맛을 당길 만한 '옵션'이 없었고, 결국 회동이 무산되면서 북·미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는 단초마저 현재로선 사라져버려 양측 간 험악한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추가적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에는 전례 없는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고,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러, 북 동조…국제공조 균열
북·미 갈등의 여파는 국제사회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말 시한이 지켜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최근 북한의 행보에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동조하고 나선 탓이다. 16일(현지시간) 중·러는 유엔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골자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제안했다.
그동안 중·러는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이를 실제 결의안 제출이라는 공식적 움직임으로 옮긴 것은 처음이다. 또 다른 도발에는 몰라도 ICBM에 대해서는 중·러도 적극적으로 '북한 편'을 들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북·중·러 3국 간 결탁이 명백하게 이뤄졌다.
중·러는 민간인의 생활수준 개선을 위해 대북제재의 수준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제재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면에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최대 압박으로 완전 고립 상황인 북한에 사실상 숨통을 터주자는 논리다. 실제로 중·러가 제안한 해산물·섬유 금수조치 해제와 북한 해외노동자의 송환 해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한 외화벌이 사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또 중·러는 산업발전에 핵심적인 남북 간 철도·도로 현대화도 제재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의안 채택에는 미·영·프·중·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없어야 하고,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중 9개국 이상 찬성해야 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지만 북·중·러 연대가 확고부동해지면서 북한은 미국에 대응할 '우군'을 확보했고 협상력도 높아지게 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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