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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P2P금융에 대한 오해와 나아갈 길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0 06:00

수정 2019.12.20 06:00

[특별기고]P2P금융에 대한 오해와 나아갈 길
정부가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강력한 대출 규제를 가동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 P2P금융에 풍선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에 불과하다. 부동산대책의 타겟과 P2P금융은 영역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목적은 명확하게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가격 안정’이다. 집값 상승 기대로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갭 투자 등 투기수요 유입이 급증됐다. 관계기관 합동 조사 결과 편법·불법 증여, 대출 규정 미준수 등이 의심되는 투기성 이상거래도 상당수 확인됐다.
즉 정부의 대책은 주택가격안정을 위한 투기수요억제라는 점이다.

반면 P2P금융에서 취급하는 대출은 투기수요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은퇴 또는 실직 후 생활자금, 경매위기에서 이를 취하하기 위한 긴급자금, 대부업 고금리 대출을 대환하기 위한 목적, 재난적 의료비 충당, 자영업자 긴급사업자금 등 서민형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본적으로 투기목적의 자금은 향후 차익실현을 위해서는 상환주기가 길 수 밖에 없고, 부담해야 하는 대출 이자도 향후 기대수익률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

하지만 P2P금융 대출상품의 만기는 대부분 1년이며, 연장이 되기도 하지만 별도 심사가 필요하다.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그들의 기대수익률보다 결코 낮지 않다. 때문에 주택을 구입하거나 갭투자를 하기 위해서 P2P금융을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실제로 투게더펀딩을 이용한 고객들의 주택담보대출 목적을 살펴보면 대부업 고금리 대출 대환 및 경매 취하 목적이 39%, 생활안정자금이 31%, 자영업자 긴급사업자금이 17%, 의료비 목적 5% 등 비투자목적 대출이 대부분이며, 구매목적이나 투기목적은 없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로 15억이나 되는 강남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기 위해 10억원의 대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십년 넘게 집을 보유하다 보니 집값이 15억원이 됐는데 자산이라고는 아파트 한 채 밖에 없는 사람이 긴급하게 의료비나 생활안전자금이 필요한 경우 합리적으로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방안은 있어야 한다. P2P금융이 그러한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그동안은 대부업이나 사채, 일부 저축은행들이 해왔다. 하지만 그들이 고금리나 평준화되지 않은 서비스로 큰 부담을 안겨줘 왔다면 P2P금융은 투자자와 대출자가 플랫폼을 통해 컨센서스를 이루면서 중금리 이하로 이 역할을 좀 더 높은 품질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P2P금융은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 모두를 창출해야한다는 마이클포터가 주창한 자본주의 5.0의 공유가치 창출과 맞닿아 있다. 기존의 금융구조에서는 일부 자본가나 기관들만이 자금을 굴려 부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P2P금융의 등장으로 이러한 소위 ‘자본놀음’은 혁파되기 시작했다. P2P금융회사들의 매출의 상당부분은 이자수익이다. 이 이자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투자자인 일반 국민들이다. 부를 독점하지 않고 재분배하는 것이다. P2P금융의 등장은 소수를 위한 금융을 다수를 위한 금융으로 바뀌었다. 누구나 쉽게 소액으로도 대출채권에 투자해 원리금수취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해 정보의 제한으로 인한 부의 불균형을 막고자 하는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P2P금융은 이제 플랫폼경제(Platform Economy)의 출발점에 와 있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빅데이터, 대출 및 투자위험 측정을 위한 AI 등 핵심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놓았다. P2P금융이 성장하면서 기존 금융권에서 가지고 있지 못한 데이터들은 계속 축적될 것이고, 결국 그 데이터들을 통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핀테크라는 트렌드 열풍속에서 P2P금융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핀테크 업종 중에서는 유일하게 별도 제정법이라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았다.
금융업으로서는 1997년 여신전문금융업법, 2001년 상호저축은행법, 2002년 대부업법 이후 17년 만에 별도 제정법으로 출범하게 됐다. 그만큼 이제 금융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금융의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모두를 추구하는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P2P금융의 앞날이 밝다고 생각한다.


이승현 ㈜투게더앱스 부대표·전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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