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자산 동결·입국 금지 법안 통과
러-독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 매설 멈춰
"유럽에 내정간섭"… 미·독 긴강감 고조
미국의 경제제재 위협에 흑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간 가스 파이프라인 '노르드스트림2' 공사가 중단됐다. 경제제재 위협에 파이프라인 매설이 일시에 멈췄고, 독일은 미국이 관할을 벗어난 경제제재 조처로 독일과 유럽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무역수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분담금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독일 간 관계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러-독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 매설 멈춰
"유럽에 내정간섭"… 미·독 긴강감 고조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흑해에서 가스관 매설 작업을 하는 스위스 업체 올시즈(Allseas)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작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95억달러가 투입되는 노르드스트림2는 현재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운반되는 송유관인 노르드스트림1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줄이고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원활하게 운송되도록 하기 위한 가스관 사업이다.
그러나 미국은 노르드스트림2 건설을 줄곧 반대해왔다. 미 의회는 러시아가 노르드스트림1을 노르드스트림2로 대체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송유관 이용비를 러시아에서 받을 수 없게 돼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이유로 노르드스트림2에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시즈를 겨냥한 경제제재안은 작업 중단을 위한 시설 철수 등 30일 유예기간을 주되, 이를 넘겨 작업이 지속되면 업체 경영진, 직원, 주주들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이들의 미국 입국 역시 금지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제재가 현실화하자 송유관 건설업체는 21일 당장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노르드스트림2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독일은 분노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ARD TV와 인터뷰에서 경제제재는 "독일과 유럽 내부 문제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자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가장 강력한 수사를 통해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숄츠 장관은 미국의 경제제재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나토 동맹으로도 얽혀 있는 우방들에 대한 부적절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변인 울리케 데메르도 성명에서 미국의 조처는 '유감'이라며 독일은 "관할을 벗어난 이같은 제재를 거부한다"고 못박았다. 대변인은 "제재는 독일과 유럽 기업에 영향을 주며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독일은 미국의 경제제재안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중재에 적극 나서 마침내 양측간 조율을 이끌어낸 터라 배신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렉시 오르젤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은 21일 세부안은 공개하지 않은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노르드스트림1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오르젤 장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송유관을 5년 동안 계속 운용하고, 이후 10년 동안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계약이 확정된 향후 5년간 천연가스 운송규모는 첫 해 650억㎥, 이후 4년간은 매년 400억㎥가 된다고 그는 밝혔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그러나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목을 매면서 독일 경제가 러시아에 볼모가 될 수 있다는 게 근본적 이유였고,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 확대를 유도하려는 의도 역시 내부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메르 대변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경제제재를 들고 나온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재안을 발효한 것은 "특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노르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은 현재 2100㎞가 매설된 상태로 남은 구간은 300㎞에 불과하다. 러시아와 운용사인 노르드스트림2 AG는 미 제재에도 불구하고 건설을 마무리짓겠다고 다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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