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온도변화로 스텔스기 잡아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3 12:00

수정 2019.12.23 12:00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물체가 흡수한 열 초정밀 감지 이론 창안
현미경부터 자율주행차까지 감지 기술 판도 바꾼다
스텔스기. 게티이미지 제공
스텔스기.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물질에서 반사되는 빛이 아닌 흡수되는 빛을 이용한 감지법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기존 레이더로는 포착하지 못했던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군수 레이더, 자율주행차 분야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위원이자 UNIST 자연과학부·생명과학부 특훈교수인 프랑수아 암블라흐 박사는 대상의 온도 증가를 이용한 탐지기술을 이론적으로 제안하고, 이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소리, 전파 같은 파장으로 초고해상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물체에 발사시켜 그 물체에서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수신해 물체와의 거리, 방향, 고도 등을 알아낸다.
그러나 스텔스기는 빔을 반사하는 대신 흡수해버려 물체를 감지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스텔스기가 반사가 없는 대신 물체에 흡수된 에너지가 열로 변환돼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착안했다.

모든 물체는 원자들이 가진 열을 빛 형태로 방출하는데, 이 빛을 읽는 것이다. 공항에서 고열의 승객을 찾아내는 적외선 카메라도 이 원리를 사용한다. 그러나 레이더가 전달하는 에너지가 아무리 커도 스텔스기의 온도는 아주 미미하게 증가한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대상에 빔을 쏘아 발생시킨 온도변화에 따라 복사량이 크게 달라짐을 이용했다. 물체가 반사하는 빛이 빔 강도에 비례하는 것과는 달리 복사로 방출되는 빛의 세기는 온도에 따라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초선형성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동안 나타나는 온도 상승을 포착함으로써 복사광선 감지가 가능함을 보였다.

기욤 카시아니(왼쪽) 연구위원과 프랑수아 암블라흐 연구위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욤 카시아니(왼쪽) 연구위원과 프랑수아 암블라흐 연구위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또한 이 초선형성 때문에, 좁은 영역에 빔을 비춰 복사광선을 감지하면 반사를 이용했을 때는 달성하지 못했던 높은 해상도를 달성할 수 있다. 빔을 물체에 비출 때 중심 부분이 더 데워져, 복사가 빔 지름보다 작은 중심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쏘아주는 빔 에너지가 클수록 이론적으로는 복사광선 방출 지점의 크기가 한없이 작아짐을 보였다. 이는 극도로 가까운 두 점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 해상도를 높인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복사광선 감지는 광학현미경을 넘어 다른 빔에도 초고해상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래 초고해상도 개념은 분자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레이저를 이용한 현미경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열복사를 이용한 이번 연구는 에너지를 가진 빔이라면 무엇이든 적용할 수 있어, 레이더와 같은 장거리 탐지를 기존의 해상도보다 훨씬 향상시킬 수 있다.


제 1저자인 기욤 카시아니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자율주행 자동차 레이더, 스텔스 물체의 중거리·장거리 감지 등의 분야에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나노미터에서부터 비행기와 같은 큰 물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물체와 다양한 상황에서 선명도의 크기를 이론적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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