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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반구대 암각화, 48년간 악몽 되풀이 내년도 침수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4 11:24

수정 2019.12.24 11:24

문화재청 수문설치 용역비 내년 당초 예산 반영 안 돼
48년 전인 지난 1971년 12월 25일 발견된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와 대곡천의 모습. 대곡천은 하류의 사연댐이 만수위를 기록하면 반구대 암각화까지 물이 차오른다. 울산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마다 계속되는 침수에도 불구하고 보존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fnDB
48년 전인 지난 1971년 12월 25일 발견된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와 대곡천의 모습. 대곡천은 하류의 사연댐이 만수위를 기록하면 반구대 암각화까지 물이 차오른다. 울산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마다 계속되는 침수에도 불구하고 보존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 문명대 교수에 의해 발견된 뒤 울산시에 주어진 ‘크리스마스 선물’로 불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선물은 해마다 침수되는 악몽을 48년 동안이나 꾸고 있다.
문화재청의 보존대책 연구용역 예산마저 확보에 실패하면서 내년 역시 별반 달라질 게 없는 처지에 놓였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2020년 당초 예산으로 신청한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비 2억 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를 통과했지만 국회 예결위에서 가로막혀 반영되지 못했다.

이 용역은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원인인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댐 하류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 이는 침수 대책을 두고 20년 넘게 갈등을 겪어온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처음으로 동의한 방안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수문 설치가 완료되면 태풍과 폭우 시 신속하게 댐의 물을 방류할 수 있어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용역 예산조차 당초 예산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현재로서는 내년 제1회 추경을 기대해야 하는 처지다.

용역이 끝나봐야 수문의 크기와 방류량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데, 용역 기간은 약 1년이 소요돼 결국 2021년에서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 반영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구미 산업폐기물 대한 무방류시스템 도입 용역’과 환경부의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용역’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두 용역은 울산시민의 식수댐인 사연댐의 수문 설치 또는 철거 등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동안 울산시는 식수 우선 확보를 앞세워 사연댐의 수문설치안과 철거 등을 반대해 왔다.

용역 결과에 따라서는 대구시가 낙동강 구미지역에서 식수를 취수하고 현재 사용 중인 운문댐 물은 울산시에 양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염댐의 수위를 영구적으로 낮춰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용역 결과가 울산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어 안심은 이르다.

올해 반구대 암각화는 제5호 태풍 다나스(7월), 제13호 링링(9월), 제17호 타파(9월), 제18호 미탁(10월) 등으로 인해 침수를 반복해왔다. 이달 들어서 침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잦은 폭우와 태풍으로 내년 역시 침수가 우려된다.

한편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안 수립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 우선등재 목록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으며, 오는 2022년 유네스코에 최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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