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 조원태·이명희 공동명의 사과문 발표...조현아 경영복귀할까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0 15:38

수정 2019.12.30 15:38

"조 회장 사죄했고 이 고문 수용했다…가족간 화합을 통해 유훈 지켜 나가겠다"
일각에선 이 고문의 공동명의 사과문 대가는 '조 전 부사장 경영복귀' 얘기도 
[파이낸셜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지난 25일 발생한 모자 간 언쟁에 대해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30일 발표했다. 이번 언쟁으로 조원태 회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확산되면서 경영권을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모자가 서둘러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는 것은 일단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공동 사과문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달래기 위한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없는 세 남매와 모친의 지분율, 호심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강성부펀드 등 다른 대주주,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한진그룹의 구조조정 등을 종합해 볼 때 논란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는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조원태·이명희 "유훈 지켜나가겠다"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고문은 이날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발표,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과문은 지난 25일 조 회장이 서울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 고문의 자택을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가 이 고문과 벌인 말다툼에 대한 것이다. 말다툼 과정에서 조 회장은 자택의 화병을 깨뜨렸고 이 탓에 이 고문이 팔 부위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3일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공개 발표한 것을 두고 이 고문이 이를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진가 남매 간 갈등이 이 고문과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총수 일가 전체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4월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유족들은 고인의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했다.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와 6.49%로 격차가 0.03%포인트 수준이며, 막내 조 전무와 어머니 이 고문의 지분율은 각각 6.47%, 5.31%다. 때문에 조 전무와 이 고문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갈릴 수도 있다.

■조현아 경영복귀 혹은 주총 부담?
일각에선 이번 공동명의 사과문이 '남매간 협상의 결과'란 얘기도 나온다.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들었던 건 본인이 경영에 뜻을 품고 있는 레저사업을 정리하려 했기 때문인데, 조 회장이 공동명의 사과문을 받는 대신 조 전 부사장에 관련 사업부문에 대한 경영복귀를 약속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앞선 미국 뉴욕 특파원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이 나지 않는 계열사를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지난 2일 그룹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또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가족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게 서로에게 좋을 것 없는 만큼 서둘러 봉합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상정이 예정돼 있어 조 회장은 '우호지분'인 가족의 도움 없인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실제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온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는 최근 1년 새 한진칼 지분을 17.29%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델타항공(10.00%)과 반도건설(6.28%) 역시 누구 편인지 불투명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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