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30일 공동사과문에서 "크리스마스에 이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사과문은 딱 세 문장이다.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려 한 느낌이 든다.
한진가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 역대 재벌 중에 한진가만큼 사회적 지탄을 받은 곳이 또 있을까. 지금도 국민들은 땅콩회항, 물컵·오너 갑질을 똑똑히 기억한다. 더구나 내년 3월엔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한진칼은 그룹 지주사로, 지분구조로 볼 때 조 회장의 재선임은 굳은자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지금은 오너가가 자숙하면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다른 재벌과 비교해도 한진 내분은 유별나다. 덩치가 더 큰 삼성(이재용), 현대차(정의선), LG(구광모)라고 왜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 없겠는가. 하지만 그룹 경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인내한 덕에 3대 그룹은 순조롭게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기업, 특히 상장사는 더 이상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능력에 따라 경영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당시 조양호 회장은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세줄짜리 공동사과문은 봉합에 불과하다. 성탄절 충돌의 단초가 된 남매의 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른 시일 안에 조원태·조현아·조현민 세 남매가 진정성을 담은 합의문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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