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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업변경에 지정호수 분양 무산..‘이의제기 불가’ 각서 땐 조합 면책“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2 06:00

수정 2020.01.02 05:59

대법 “사업변경에 지정호수 분양 무산..‘이의제기 불가’ 각서 땐 조합 면책“
[파이낸셜뉴스] 지역주택조합 사업과정에서 당초 분양받기로 한 동과 호수가 부지 확보가 안돼 무산된 경우 조합원들이 사전에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각서를 썼다면 조합 측에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 반환 등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김모씨 등 20여명이 B지역주택조합(이하 B조합)을 상대로 낸 계약금반환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김씨 등은 경기도 화성의 B조합과 동·호수를 지정받는 조건으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B조합은 1121세대 규모로 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이었으나 사업부지 중 일부를 확보하지 못해 1014세대를 신축하는 것으로 2016년 1월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서 106동, 107동 아파트는 신축되지 않게 됐다.

그러자 해당 아파트 지정호수 분양이 무산된 김씨 등은 “계약을 해제하고, 조합에 지급한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를 반환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B조합은 “조합원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선 조합 탈퇴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 김씨 등은 조합 탈퇴절차를 밟지 않았고 탈퇴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설령 김씨 등이 적법하게 탈퇴하더라도 업무추진비, 연체료, 공동부담금을 공제한 나머지 돈만 반환받을 수 있다”고 맞섰다.


1·2심은 “계약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아파트의 동·호수를 특정해 분양하는 것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라며 “지정호수를 분양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계약은 피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됐으므로 계약은 원고들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됐으며, 피고에게 지정호수 분양 의무가 남아 있는 이상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도 피고 규약에 따른 조합 탈퇴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약금과 업무추진비 등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김씨 등이 작성해 제출한 각서를 주목했다. 각서에는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향후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규모 등)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사업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 또한 이를 고려해 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했다”며 “원고들이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위반이라거나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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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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