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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복 우려에 원자재 요동…세계 경제 새 변수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5 14:55

수정 2020.01.05 14:55

[파이낸셜뉴스]

이란 보복 우려에 원자재 요동…세계 경제 새 변수되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가 세계 경제에 새로운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드론 공격에 따른 이란 고위장성 폭사 사건 뒤 이란이 보복을 다짐하고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주가는 하락했다. 또 금 등 안전자산 값은 뛰었다. 미국과 중국간 '1단계 무역협상' 합의가 세계 경제 회복에 보탬이 되고, 이는 결국 석유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미·이란 갈등 고조에 따른 석유공급 불안이 유가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또 석유공급 불안과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주가는 하락했다.
또 시중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와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 가까이 폭등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9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석유시설 피습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WTI는 지난해 4월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을 앞둔 유가 상승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장후반 상승폭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3.5% 오름세로 장을 마쳐 브렌트는 배럴당 68.60달러, WTI는 63.04달러로 뛰었다.

유가, 70달러 돌파할 수도
시티그룹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모스는 이란 당국 전체가, 또는 이란혁명수비대가 단독으로 보복에 나서고, 이로 인해 중동 지역 석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모스는 이란의 보복 공격이 미국과 서방 석유메이저들이 새로 투자한 생산시설이 들어선 이라크가 될지, 다른 곳이 될지는 모르지만 걸프지역의 석유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될 수도 있고, 송유관 또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홍해의 해상 석유수송을 방해하는 공격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밖에도 레바논 지원세력을 통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나 예멘 반군을 통한 걸프지역 국가들에 대한 공격도 보복 방법으로 동원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모스는 이란의 보복이 현실화 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짓눌러 지난해 여름 내내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던 브렌트 가격이 조만간 70달러를 뚫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3KM에 불과한 좁은 해역이지만 걸프지역 전체 석유운송의 50%를 담당하는 핵심 항로다. 이 해역을 통과하는 석유의 약 80%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로 공급된다.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2일 사상최고치로 새해 첫 거래를 시작한 뉴욕증시는 오후 들어 낙폭을 좁히기는 했지만 1%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1%까지 떨어졌다 0.7% 하락한 수준으로 장을 마쳤고, 다우지수, 나스닥 지수 모두 0.8% 하락세로 마감했다. 아시아, 유럽 증시 역시 하락 마감했고,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증시의 닥스 지수는 1.3% 하락했다. 안전자산은 뛰었다. 금은 1.3% 상승한 온스당 1549달러로 약 넉달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10년만기 미 국채도 값이 뛰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0.092%포인트 하락한 1.7898%로 미끄러졌고, 영국, 독일 등 유럽 핵심국 국채 수익률 역시 동반 하락했다.

해외 불안요인이 높아지면 국내로 회귀해 값이 뛰는 일본 엔 역시 올랐다. 엔은 달러에 대해 0.4% 뛴 108.11엔으로 상승해 지난해 10월 후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남아공 랜드화가 달러에 대해 1% 넘게 하락한 14.297랜드로 떨어지는 등 신흥국 통화가치는 하강 압박을 받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라보방크의 거시전략 책임자인 엘윈 드 그루트는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한데다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면서 "지정학 요인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루트는 "지정학적 변수가 지속적인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수년간 이같은 위험들은 시장에 의심할 바 없이 충격을 줘왔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보복이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이냐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지역 불안이 주식시장에 지속적인 매도세를 촉발하고, 기업과 소비자 심리를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하강이라는) 2차 충격을 우려할 정도로 끌어내린다면" 충격이 장기화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셰퍼슨은 또 "이란이 예상보다 더 극단적인 행동을 택한다면 이는 실질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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