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해외건설 수주, 13년 만에 최악…이란 사태로 더 ‘암울’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8 16:10

수정 2020.01.08 16:10

국내 건설사 이라크 현장, 아직 피해 없어
사태 커질 경우 인근 UAE, 사우디 등도 영향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으로 인한 기회 될수도
[파이낸셜뉴스]“중동 물량이 많지 않지만 해외사업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중동 정세가 얼어붙는 것은 신규 수주에 부담을 줍니다.”(A대형건설사 관계자)

“신규 발주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크고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차후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주 참여가 망설여집니다.”(B대형건설사 관계자)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란과 미국의 분쟁으로 올해 수주 전망 역시 암흑이 드리우고 있다. 이란이 미국 이라크 기지를 공습함에 따라 중동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고 극단의 사태로 치닫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규 수주에 선뜻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라크에는 현재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이 14개 현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 등이 공동 시공 중인 카르빌라 정유공장 현장에 660여명이 일하고 있고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는 390여명이 근무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라크에서 4개의 토목현장을 운영하고 있고 근무 중인 직원은 한국인 근로자 협력사 포함 총 73명이다. 휴가와 출장을 제외하고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은 60명이다. 분쟁의 발원지인 이란에는 국내 건설사가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외교부에서 이라크 입국을 금지해 휴가자들의 경우는 현장 복귀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이라크 내 우리 건설사 공사현장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업 중"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공사 중단, 근로자들 안전지대 이동 등을 고려할 수 있고 외교부와 함께 철수 경로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사, 상황 예의주시
이라크 이외에도 현재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페르시아만 인근의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건설사들의 현장은 약 20개가 넘는다. 현장이 대부분 공습 지점과 떨어져 있어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지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면서 추가 공습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사현장이 바그다드에서 8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사내 비상대책반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과거 리비아에서 철수한 사례를 바탕으로 현장 상황에 따라 단계별 대응방안이 있고 이를 가동 중"이라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외교부 등 당국과 긴밀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의 이라크 사업장은 바그다드 남동쪽 약 17㎞ 떨어진 지역이다. 근처에 미군 시설이 없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이번 폭격이 있었던 이라크 미 공군기지는 바그다드 기준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사업장을 둘러싼 높이 3.3m의 콘크리트 방호시설물이 쳐 있고 현재 경찰병력 500명, 군경까지 합치면 2000명이 사업장을 경호하고 있다”면서 “다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고 휴가 복귀 출발의 경우 후 사태를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현장이 위치한 이라크 바스라주는 수도인 바그다드로부터 600㎞ 떨어진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유사 상황 발생시 인근 접경국가인 쿠웨이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철수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이란에 지사 직원이 한명이 있지만 지난해 12월말에 휴가차 한국에 와 있는 상황이라 안전하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더 힘들어질 듯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습 사태로 인해 해외건설 수주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약 210억달러 수준이라 2018년보다 30% 이상 떨어지면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오름세를 이어가 350억달러 달성이 목표였지만 210억 달러에 그치면서 2006년 164억달러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무엇보다 중동 지역의 수주액은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44억5000만달러로 2018년 92억달러에서 반 토막이 났다. 이란과 미국의 분쟁이 심해질 경우 페르시아만 인근의 원유 수송관 타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거론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안좋다. 해협 봉쇄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과 이란의 분쟁 시 수차례 거론된 바 있으나 아직 실제 봉쇄로 이어진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봉쇄가 된다면 국내 건설사의 최대 해외 발주처들인 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및 사우디 일부 지역 등 중동 국가에서 진행되는 공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다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은 “2000년 초중반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 및 이란 핵시설 건설 시작에 따른 중동 위기 고조 등에 힘입어 국제유가는 2008년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면서 “같은 기간 건설업종 지수는 최고 455.92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호황기를 누렸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