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해운·항공업계 이미 직격탄… ‘중동리스크’ 덮칠라 초긴장[‘중동 전운 고조’ 산업계 영향]

김은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8 18:09

수정 2020.01.09 10:29

선박보험료 30배 인상 요구 나와
해운사들, 호르무즈 우회로 검토
항공사들 달러 강세에 유류비 부담
유화업계, 원유 수급 불안정 우려
중동발 악재에 코스피 출렁/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의 영향으로 중동발 악재에 코스피가 급락했다. 8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가 전일 대비 24.23포인트 하락한 2151.31, 환율은 4.40원 오른 1170.8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중동발 악재에 코스피 출렁/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의 영향으로 중동발 악재에 코스피가 급락했다. 8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가 전일 대비 24.23포인트 하락한 2151.31, 환율은 4.40원 오른 1170.8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하면서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자 중동에 진출한 국내기업들도 현지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은 위험지역으로부터 직원 철수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전쟁이 본격화되면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원유 공급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보험료 인상 등 경영부담 현실화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공방전으로 이란이나 이라크에서 사업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현지 주재원들을 안전한 인근지역으로 대피시켰다. 한화그룹의 경우 이라크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고, 대규모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일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이라크 재건사업 때문에 나가 있는 기업과 교민이 1600여명"이라며 "이들의 안전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늘길과 뱃길을 오가는 해운·항공 업계는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해운사들은 무엇보다 선박보험료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부 보험사는 해운사들의 보험료를 20~30배 인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노르웨이·일본 유조선 피격사건 발생 당시에도 보험료는 최대 4배 올랐다. 세계 원유수송량의 20%에 달하는 1850만배럴이 매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80%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공급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해운사들은 현재 호르무즈해협 통항선박의 우회경로를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번 사태가 카타르가 추진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LNG 증산계획에 따라 LNG선 60∼100척 신주 발주를 검토 중이다. 카타르 측은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도크 슬롯 확보를 위해 국내 조선 3사와 접촉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카타르 등의 수주 계획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항공사 유류비 비중은 26~28%로 전체 영업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달러 강세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한항공 기준 기름값이 배럴당 1달러 상승 시 연 385억원이 더 들고, 원화 가격이 달러당 10원 떨어지면 연간 850억원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화업계 가격 변동 예의주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은 시장 변동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국제유가가 급변동할 가능성이 높고, 원유수급도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업계는 이미 하락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뿐만 아니라 향후 불확실성에 의한 석유제품 수요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작년에 석유제품 가격과 마진이 사상 최대로 하락하면서 업황 경기가 안 좋은데 그때보다 더 경기가 악화될 것 같아 노심초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로 원유가격이 상승하면 정제마진이 높아져 정유사들에 유리하지만 지금처럼 공급 쪽에서 문제가 생겨 고유가가 되면 정유사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성동원 박사는 "원유수급 밸런스가 공급과잉 쪽으로 이미 치우쳐져 있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까지 오르면 정유사들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김용훈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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