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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분의 1 수준 저렴한 촉매로 과산화수소 8배 더 만든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4 01:00

수정 2020.01.14 01:00

생산공정 중 산업 폐기물 없어 친환경적
연구진이 개발한 코발트 원자 그래핀 촉매의 모식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코발트 원자 그래핀 촉매의 모식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생산이나 제약 산업의 핵심재료인 과산화수소를 최대 8배 이상의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를 이용하면 산소와 물만으로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 친환경적이다. 또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귀금속 촉매보다 2000분의 1수준으로 저렴해 가격, 효율, 환경 문제까지 해결하는 1석 3조의 기술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는 지난 3일 성영은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유종석 서울시립대 교수팀 등 공동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14일(한국시간) 소재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촉매 1㎏를 사용해 하루 340㎏ 이상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했다.
또한 11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한 후에도 초기성능의 98% 이상을 유지했다. 이 촉매는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좋다고 알려진 값비싼 귀금속계 촉매보다 최대 8배 이상 높은 생산성능을 나타냈다.

성영은 부단장은 "우리 몸 속에서 과산화수소를 만들어 내는 효소의 구조를 흉내내 코발트 원자가 그래핀 위에 안정화된 구조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성 부단장은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보이는 촉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 원자를 올린 형태다. 개발된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를 산소를 포화시킨 수용액에 넣고 전기를 가하면 별도의 화합물 첨가 없이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이 촉매는 불균일촉매로 균일촉매에 비해 저렴하고, 반응 이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는 만큼 폐촉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에서 불균일 촉매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이 촉매가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 친환경적으로 생성물을 합성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화학공정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택환 단장은 "향후 과산화수소는 물론 촉매를 사용하는 많은 화학반응에 적용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과산화수소는 치약이나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멸균이 필요한 의료현장, 폐수 처리제 등 폭넓게 사용된다.
또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과 같은 분야의 식각 및 세척에도 사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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