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불확실한 정책이 혁신을 가로막는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지나고 2020년 경자년이 밝았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산업 전 분야에 걸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기업이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투자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기술혁신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저성장의 시대, 여러 기술의 융합으로 인한 기존 산업의 영역이 점차 허물어지는 시대에는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기술혁신 등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수반돼야 할까? 이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최근 경제, 경영학계의 저명한 저널에서 발표된 두 가지 논문을 간략히 소개할까 한다. 첫번째 연구는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에 2016년 게재된 베이커, 블룸, 데이비스 교수의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경제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서 개발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지수는 현재 여러 학자들은 물론 미국 각종 언론에서 활발하게 인용되고 있고,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에 대해서도 그 지표가 월별로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히 최근 중국과의 무역갈등, 이란과의 긴장 강화 등과 같은 사건들로 인해 해당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이에 따라 다수의 시장참가자 및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2020년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저널 오브 파이낸셜 앤드 퀀티터티브 어낼리시스'에 게재된 바타차리아, 수, 티안, 슈 교수의 2017년 연구는 기업의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가 정부의 특정 정책보다는 정책의 불확실성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기업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앞서 소개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지수의 월별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5년간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점을 전후해 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한해 동안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하다가 2018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019년 8월에는 한국·일본 간의 무역분쟁 심화를 비롯, 여러 정치·사회적인 큰 사건들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점보다 37%가량이나 더 높은 역대 최고수치를 기록했다.

물론 이 하나의 지수가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섣부르게 비관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불확실성의 증가는 향후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함에 있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영논리에 따른 지엽적인 정책들이 난무하며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이런 지표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현 상황을 파악하고 기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만큼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2020년에는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돼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활발한 투자를 통해 국가경제에 큰 활력이 생기길 희망해본다.

오종민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