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온통 스타트업이네… 젊은 창업가 터전 된 '실리콘밸리 역삼'[현장르포]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4 19:04

수정 2020.01.15 17:23

'스타트업 스트리트'로 변신 중인 역삼로
세무·법무사·중기 즐비했던 거리
스타트업 육성기관 들어서며 변화
강남구청 지정 '창업가 거리'로
팁스타운 S6·마루360 개관 예정
80개 스타트업 추가 입주 앞둬
팁스타운과 마루180이 들어선 서울 강남구 역삼로 전경. 지난해 말 강남구청이 설치한 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한영준 기자
팁스타운과 마루180이 들어선 서울 강남구 역삼로 전경. 지난해 말 강남구청이 설치한 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한영준 기자
온통 스타트업이네… 젊은 창업가 터전 된 '실리콘밸리 역삼'[현장르포]
"점심 뭐 먹지." "아까 간식 먹어서 배부른데, 떡볶이랑 순대 먹을까."

면 티와 청바지, 패딩을 입은 20~30대 청년들이 친구들과 대화하듯 직장 동료들과 점심 먹거리를 고민했다. 분명 오피스 거리인데, 대학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세무사·법무사 사무실과 중소기업들이 즐비해 있던 서울 역삼로가 스타트업으로 젊어지고 있다. '구 역삼세무서 사거리'에서 시작하는 역삼로가 '세무사 거리'에서 '스타트업 스트리트'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점심때 찾은 역삼로의 모습은 생각 보다 활기찼다. 지역 상인은 "기존에 있던 사무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스타트업들이 들어서면서 젊어진 듯한 느낌"이라면서 "분위기도 활기찬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삼로에는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엔젤투자협회 등이 운영하는 '팁스타운' 4개동과 '강남스타트업센터', 그리고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 등 스타트업 보육기관이 입주해 있다.

여기에 두 건물이 더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과 한국엔젤투자협회가 협업해 운영할 '팁스타운 S6'가 팁스타운 S1 맞은 편(서울 역삼로 168)에 들어온다. 지역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오는 5월께 입주한다고 들었다"며 "다른 팁스타운과 달리 건물 한 채를 통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한다. 6개층, 연면적은 약 4300㎡, 팁스타운 중 가장 크다. 30여개의 스타트업과 투자사가 입주해 있는 팁스타운 S2(2000㎡)의 2배 이상으로, 50여개의 스타트업이 더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팁스타운 관계자는 "융합과 혁신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타트업들이 흩어져있는 것 보다 모여있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며 "팁스타운 S1부터 S4까지 중기부 예산으로 개관을 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기관·기업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 보육기관은 마루180을 만들어 '제2벤처붐'을 선도한 아산나눔재단도 시즌2를 준비한다. 마루180 바로 옆에 있는 우보빌딩(서울 역삼로 172)에 2관인 '마루360'이 리모델링을 기다린다. 올 하반기에 개관 예정이었던 마루360은 스타트업 지원에 알맞은 건물로 탈바꿈하고자 개관을 내년 상반기 경으로 미뤘다.

아산나눔재단의 김형진 스타트업센터장은 "마루180이 스타트업을 통해 세상을 180도 변화시키자는 의지가 담겼다면, 마루360에는 더 커진 규모로, 더 다양한 각도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마루360에도 30여개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가 들어설 전망이다.

이밖에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역삼로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지역 관계자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사무실을 역삼로로 옮겨 온다"며 "처음에 작은 사무실로 시작했다가, 한 층을 임대하고, 한 건물을 통으로 계약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역삼로가 스타트업 거리로 변모하면서 강남구청도 이곳을 집중 육성하고 나섰다. 강남구청은 구역삼세무소사거리부터 역삼초교사거리까지 560m 구간의 거리를 '창업가 거리(스타트 트랙)'으로 지정해 조형물을 설치했다. 지난해 말에는 역삼로에 820㎡ 규모의 강남스타트업센터를 열어 14개의 창업팀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늘려가려고 한다. 3년에 걸쳐 1980㎡ 규모로 확대해 35개의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라며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확대·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팁스타운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은 "팁스타운은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키워나가면서 제2벤처붐을 이끌고 있다"며 "아산나눔재단도 인근에 2관을 만드는데,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해 이 거리를 창업의 메카, 창업 클러스터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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