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 확산은 올바른 방향이다. 고용부는 관련 매뉴얼도 내놨다. 예전에 비해 분위기도 바뀌었다. 비정규직은 직무급제가 딱히 나쁘지 않다. 기업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지키면 지금보다 임금이 오를 수 있다. 신참 직원들은 고참들이 단순히 나이를 더 먹었다는 이유로 임금을 더 받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본다. 이는 한 회사, 한 노조 안에서도 직무급제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고도성장 시대의 낡은 임금체계를 바꾸려는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흐지부지되곤 했다. 박근혜정부는 양대 지침을 손보는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고, 취업규칙을 바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길을 텄다. 하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에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결국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지침 폐기를 약속했고, 그해 9월 고용부는 두 지침을 폐기했다.
직무급 확산 지원은 박근혜정부 때에 비하면 매우 온순한 정책이다. 고용부는 그마저도 노사 자율, 합의를 강조했다. 정부가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 근로기준법을 바꾸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용부가 자율을 강조한 것은 고육책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존 직원은 호봉제를 유지하되 신규 입사자부터 직무급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검토할 만하다. 고용부는 전 정부의 양대 지침 변경을 1년8개월 만에 폐기했다. 직무급제 확산 정책만은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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