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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남북협력' 구상..엇갈린 한·미, 美 불만 표출 시작됐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7 15:39

수정 2020.01.17 15:39

독자적 대북정책 구상에 美 한미공조 강조
대북 최대압박 균열 가능성 우려에 '불만족'
美 국무부도 "비핵화와 보조 맞춰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협력 사업을 언급, “개별관광 같은 것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므로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협력 사업을 언급, “개별관광 같은 것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므로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북제재 예외인 개별관광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족을 표시하며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전날인 16일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은 주권국가지만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고, 한·미 워킹그룹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7일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정부 입장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은 다양한 경로로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했고,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발언했다.

정부는 남북교류 활성화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 당국이 발행한 비자로 제3국을 통해 북한 관광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지만 이는 북·미 관계가 꽉 막힌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질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한층 구체화된 새로운 대북구상에 대해 정부는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앞서 해리스 대사의 말처럼 대체로 비관적·회의적 반응이 앞선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비핵화와의 보조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하며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우리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비핵화와 보조를 맞출 것을 말한 것은 미국과의 충분한 협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그동안 비핵화 협상은 미국과 북한이 양자 대화를 통해 풀어온 만큼 보조를 맞추라는 것은 단독 행동에 대한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다.

즉 미국은 대북정책이 주권국가인 한국이 독자적으로 펼 수 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과 협상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대북 최대 압박이라는 큰 그림 아래서 대북정책이 결정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이후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한·미는 긴밀한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북한 개별관광은 물품 반입 등 소소한 문제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엔 대북제재에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다만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오해가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모색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뒤이어 미국과의 협조를 첨언하며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대북최대 압박을 깰 수 있는 정부의 구상에 대한 명백한 불만 표출"이라면서 "정부가 조급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호응하며 한국과 미국의 공조에 악영향을 주고,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개별관광에 반응할 가능성은 낮지만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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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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