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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규제 사고 틀 국내서 글로벌로 넓혀야"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5:21

수정 2020.01.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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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가 김병관 의원 "공정위 국내 기업만 엄격 역차별 문제 제기…역할 관점 바뀌어야" 
딜리버리히어로-배민 기업결합심사 유통 기준 4% 불과, 시장획정 관점 문제
정부 "네이버, 배민 등 IT기업 방치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죽을 것"우려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규제할 수 있도록 사고의 틀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야후재팬과 네이버 일본자회사 라인의 경영통합에 대한 심사를 일본시장 내에서만 한정짓지 않겠다고 밝힌 것처럼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가 이뤄질 때 '글로벌' 관점을 고려해보라는 것이다.

19일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대경제연구원 주최로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공정경쟁과 디지털주권 확보'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보기술(IT) 전문가로 꼽히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민국 내 공정경쟁은 잘 하고 있지만 글로벌 관점에서는 잘 되는 건지 국내에만 미칠 수 있는 공정거래법을 가지고 공정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나 관점이 어느 정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국내 기업에는 엄격하고 해외 기업에는 느슨한 규제를 하다 보니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기업은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않고 해외 진출을 염두하는데 정치권과 정부가 국내법을 다루다보니 항상 사고의 틀이 국내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온라인쇼핑 시장을 예로 들며 "과거에 지마켓, 이베이, 11번가만 온라인쇼핑 사업자고 쿠팡, 티몬, 위메프는 별도로 생각했고 시장획정할 때도 별개 시장으로 봤다가 이제는 같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제공하는 쇼핑가격비교도 직접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와 사업 양태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시장획장을 하다 최근에는 비슷한 현상에서 유사한 그룹으로 크게 묶어서 시장 획장을 바라보려는 관점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M&A를 공정위가 어떻게 심사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배달의민족 합병 문제는 굉장히 쉽다"면서 "음식배달로 가면 딜리버리히어로가 90%를 먹는 것이라 독과점이고 막아야 하는데 '유통'으로 보면 (시장점유율) 4%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공정위가 시장획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부회장도 "공정거래법상 독점 규제는 시장지배적사업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자가 하는 불공정거래행위, 부당행위를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독과점이니까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자문위원은 "이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음식점주에 대한 독점으로 배달료를 올리고 음식점주가 높은 금액을 내기 때문에 허용하면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공정위를 포함한 정부가 기업의 성장과 해외진출을 방치하거나 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부회장은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는 순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데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순간 친족 범위, 계열사 범위, 특수관계인이 정해져 규제가 많이 들어간다"면서 "거꾸로 뒤집어보면 자산총액 5조원을 일부러 넘기지 않으려고 기업을 키우기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 시가총액 약 1400조원, 구글은 약 1200조원이라고 예를 들며 "디지털 주권을 확립하고 글로벌 경쟁을 이기려면 기업을 클 수 있게 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도 "네이버가 미국에 진출해서 구글처럼 했다가는 미국 법무부 조사관이 네이버를 뒤질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IT 기업이 많은데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등 이 기업을 이대로 방치하고 놔두면 글로벌 경쟁자에게 다 죽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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