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인 60% "명절 스트레스"… '선넘는 질문'은 사양할게요['즐거운 명절' 개념부터 달라졌다]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8:11

수정 2020.01.19 18:11

미혼 "결혼·취업 등 관심 지나쳐"
기혼 "출산 압박·금전 지출 부담"
고향·친척보다 여행·친구 선호
#. 직장인 우모씨(29)는 다가오는 설 연휴를 보낼 장소를 서울 시내 카페로 정했다. 업무에 치여, 회식에 치여 미처 갖지 못했던 개인정비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씨 결심의 가장 큰 배경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는 일가친척들의 목소리였다.
성인 60% "명절 스트레스"… '선넘는 질문'은 사양할게요['즐거운 명절' 개념부터 달라졌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스트레스의 근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성인의 60%가 명절을 앞두고 각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결혼과 집안일, 취업 등 스트레스의 원인은 그야말로 각기각색이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명절=즐거움? 스트레스!'

명절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휴일이 기쁨보다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19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3507명 중 58.3%가 설 연휴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미혼자 중에서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기 싫다'는 이유를 꼽은 이들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근황을 묻는 과도한 관심이 싫다'는 이유도 40%를 넘었다. 반면 기혼자의 경우 '용돈 등으로 인한 지출'을 걱정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고, 명절음식 준비 등을 염려하는 이들이 그 뒤를 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하지 않은 대로, 결혼한 이들은 이들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장모씨(28)는 "지난해 설 연휴 때 친척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격려의 말마저 부담이 되더라"며 "지난 추석 연휴 때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는데 이번 설도 시험을 준비 중인 친구들과 서울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역시 명절 연휴를 이용한 여행이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과 겹쳐 비교적 길지 않은데도 고향 방문 대신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명절에도 친척보다 친구'

직장인 송모씨(31)도 이번 연휴 고향을 찾는 대신 친구들과 강원 속초를 찾기로 했다. 이번 설 연휴가 길지 않아 해외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국내여행 상품 판매량이 197%나 증가했고, 해외여행 상품 판매량은 2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며 연휴를 보내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장모씨(29)는 함께 시험을 준비 중인 친구의 자취방에서 간단한 명절음식을 해 먹기로 했다.
장씨는 "지난해 추석에도 친구들과 유튜브를 보며 간단한 명절음식들을 준비해 시간을 보냈는데 친척들과 숨막히게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 추석에는 합격증을 들고 친척들을 만나 부모님 어깨에 힘 좀 실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