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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무단횡단 보행자 친 오토바이 운전자 무죄 확정..왜?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2 06:00

수정 2020.01.22 05:59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늦은 밤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낸 10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어두운 밤 근처의 횡단보도를 두고 무단으로 길을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것으로 사고를 예상하면서까지 운전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무죄 판단의 이유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군(19)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김군은 지난 2018년 3월 24일 오후 9시 20분께 경기 용인의 한 도로에서 배달을 마친 뒤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술에 취해 무단횡단을 하던 B씨(61)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B씨는 전치 18주의 중상을 입었다. 전방주시 등 사고방지 조처를 게을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군은 이번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며 '신뢰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신뢰의 원칙이란 운전자가 주행 신호에서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않을 상황까지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에선 운전자의 사고 예견·회피 가능성에 대한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사고 현장의 도로는 직선 구간이고, 양쪽에 가로등이 설치돼 있는 데다 주택 밀집지여서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김군의 주장을 기각,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사고 도로는 피고인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굽은 커브를 돌아야만 직선 구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전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할 수 없다"며 "더욱이 당시는 야간이어서 양쪽에 설치된 조명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상당히 어두워 보인다"며 김군이 사고 예견을 하기 어려웠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시작할 무렵, 맞은편의 버스가 오토바이와 교차하면서 순간적으로 피고인의 시야가 제한됐다"며 "피해자는 일정한 속도로 무단횡단을 한 것이 아니라 버스가 지나간 뒤 갑자기 속도를 높여 횡단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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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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