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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한강의 기적' 세대 역사 속으로... 롯데월드타워서 영결식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2 07:49

수정 2020.01.22 13:03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추도문 전해
가족·임직원 마지막 길 배웅
22일 오전 7시 롯데월드타워에서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이 열렸다. 사진=김성호 기자
22일 오전 7시 롯데월드타워에서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이 열렸다. 사진=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19일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이 22일 오전 7시 고인의 염원이 담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렸다. 영결식에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가족, 그룹 임원진 등 14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운구차량은 6시 30분 롯데월드몰에 도착했다. 신 전 부회장의 장남 신정열씨가 영정사진을 들었고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가 명패를 들었다.


7시부터 진행된 추모식에선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 전 총리는 "모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 땅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명예 장례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해외에서 전해온 추도문에서 "창업주께선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견인한 거목이셨다"며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재건을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섰다. 부디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량은 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돌고 고향인 울산 울주군으로 떠날 예정이다. 전 임직원이 도열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고인은 울주군 선영에 안치된다. 신 명예회장의 부친 역시 이곳에 묻혔다.

신 명예회장이 태어난 둔기마을은 1970년 대암댐 건설로 수몰된 상태다. 고인은 이후 댐 인근에 롯데그룹 별장을 지어 해마다 5월초면 고향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열었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재계 창업 1세대는 모두 세상을 등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상남도 울산에서 5남5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던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 도쿄에서 롯데홀딩스의 전신 ㈜롯데를 창업해 종합제과업체로 키워냈다. 몇차례 역경도 있었으나 껌 사업이 자리잡은 뒤 성공가도를 달렸다.

한일협정 뒤인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한국에 들어와 자본금 3000만원을 들여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다른 분야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확장을 거듭해, 롯데를 식품·유통·관광·화학 등 9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초대형 그룹사로 키워냈다. 롯데는 2019년 기준 매출 100조원의 재계 서열 5위 기업이다.

다만 신 명예회장의 말년은 좋지 않았다. 2013년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아들 형제가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전면화됐고 두 아들은 신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화해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의 롯데수사까지 본격화됐다. 형제 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밝혀지고 지난 정권과 결탁설 등도 흘러나왔다. 2017년 12월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피했다.

형제 간의 갈등도 지속됐다. 수십 년간 얼굴을 맞대지 않았던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끝내 빈소를 찾지 않았다. 다만 그의 두 아들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19일 아버지 대신 빈소를 찾았다.
법정 다툼을 벌이며 한 때 소원한 관계였던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도 빈소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 명예회장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 등이 있다.
유언장은 따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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