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했다. 제1·2차관과 차관보, 국제경제관리관, 예산실장 등 기획재정부 내 주요 간부들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정부는 이미 확보된 예산을 방역·검역·치료 등에 먼저 투입하고, 예산이 부족할 경우에는 예비비를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하고 신속한 예산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판단에 따르면 우한 폐렴 사태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홍 부총리는 "국내 확산 상황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반면 금융시장은 이미 우한 폐렴 사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한 폐렴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인 20일과 비교하면 이날(오전 12시 기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3.9% △홍콩 항셍지수 -2.9% △일본 니케이지수 -3.0% △미국 다우지수 -1.2% 등의 낙폭을 보였다.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도 0.14%포인트 하락했다. 홍 부총리는 "시장 불안이 확대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김 제1차관은 홍 부총리가 주재한 '긴급 간부회의'를 마친 뒤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중국 춘절을 맞아 대규모로 이동하면서 추가 확산 우려가 생겼다"며 "여행업계를 통한 예방 및 대처 안내, 출입국 기록 공유 등 관계 부처간 협조체계를 지속·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날 오후 외자운용원장, 조사국장, 금융안정국장 등을 한데 모아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총재는 "우한 폐렴의 전개 상황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며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후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 금융시장 점검을 위한 내부 회의를 개최했다. 은 위원장은 "국내 확산 정도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장안정 조치, 피해 분야에 대한 지원 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김호연 연지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