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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 공룡들, 국제적 IT 규제 마련 촉구 ‘가이드라인 있어야’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8 16:38

수정 2020.01.28 16:38

순다르 파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순다르 파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계 곳곳에서 위법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의 4대 IT 대기업들이 각국 정부를 상대로 차라리 확실한 규제 방향을 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기업의 자율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술 자체보다 기술의 사용 방식에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를 언급하며 이들 IT 공룡들이 지난 25일 끝난 세계경제포럼(WEF)을 통해 IT 산업에서 각 분야별 규제 마련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전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순다르 파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WEF 참석차 유럽을 방문한 가운데 자사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 사업을 지적한 뒤 "인공지능 분야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여기에 어떻게 가장 좋은 방식으로 접근하느냐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달초 발표에서 암호화 문제 같은 국가 정책을 언급한 뒤 정책 마련에서 IT CEO들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크고 막대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개별 기업의 개별 CEO가 대처해야하는 부분이 있고 거기에 반해 법률적인 해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닉 클레그 페이스북 부사장은 21일 인터뷰에서 IT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고객들의 정보를 보호할 규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유럽연합(EU) 및 다른 정부와 협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이후 급속하게 성장했던 미국의 IT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과 유럽, 세계 곳곳에서 애매한 IT관련 규정 때문에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MS와 애플, 페이스북, 구글 모두 미국 내에서 시장 독점 문제로 법무부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4대 기업 모두 세율이 낮은 제 3국에 글로벌 본부를 둬 조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각국은 올해부터 미 IT 대기업들을 겨냥해 '디지털세'를 따로 걷어 조세회피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페이스북은 이외에도 지난 2018년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6조원에 가까운 벌금을 내게 됐으며, 구글은 온라인 개인정보 삭제 의무화를 전 세계로 확대할 지 여부를 두고 EU와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야 승리를 거뒀다.

WSJ는 한동안 경쟁관계였던 4대 기업들이 최근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논란 이후 본격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미 정부는 지난달 플로리다주 해군기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애플이 연방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아이폰 잠금을 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애플은 지난 2016년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테러 당시에도 범인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거부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는 미 연방법이 개인 정보에 대한 소비자 권리 부분을 확실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각국 정부가 온라인 콘텐츠나 개인정보 등에 대해 보다 확실한 기준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업계에서 요구하는 규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규제다. 지니 로메티 IBM CEO는 25일 WEF 연설에서 IBM의 정책 연구소를 소개하고 5대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마련을 혼자 할 수는 없다"라며 "규제의 첫 번째 원칙은 기술의 사용을 규제하되 기술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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