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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맥스터와 그린스완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8 17:31

수정 2020.01.28 17:31

월성 2~4호기 원전 정상가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의 추가 증설이 지체되면서다. 작년 말 기준 맥스터 등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의 포화율은 94.2%다. 4월 말까지 맥스터 증설을 착공하지 않으면 내년 말부터는 원전을 멈춰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월성 2~4호기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은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을 본격화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해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정상가동을 전제로 수립했던 박근혜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이 오래전 신청한 맥스터 증설안을 차일피일 미루다 의결하긴 했다. 하지만 '재검토위'가 '공론화'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맥스터 증설은 다시 암초를 만난 격이다.

원안위는 지난 연말 2022년까지 더 쓰기로 했던 멀쩡한 1호기에 대해 '사망판정'을 내렸다. 만일 맥스터 증설마저 무산되면 월성 원전이 올스톱된다. 이 경우 국가전력망에 큰 구멍이 뚫린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으로 전력 부족을 메꿀 순 있겠지만, 매년 수조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전기료도 올라 가계와 기업에 큰 주름이 잡힌다.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늘리는 LNG나 석탄 발전소 증설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 경제에 큰 문제가 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기후변화가 경제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고, 금융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능성이 낮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타격을 주는 '블랙스완'에 비유해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그린스완'이라고 지칭하면서다.
극심한 기후변화가 농수산물 공급과 노동생산성 약화, 수요 감소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호주 산불이나 작년 강릉 산불이 지구온난화와 무관치 않다면 블랙스완보다 출현 가능성이 훨씬 큰 셈이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이란 눈앞의 목표를 좇느라 머리 위로 덮치고 있는 그린스완을 놓쳐선 안 될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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