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쟁력 잃은 한국 대신… 최대시장 미국으로 생산공장 옮긴다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8 17:52

수정 2020.01.28 17:53

美 제조업 최강국 탈환
경쟁력 지수 4년 만에  중국  앞질러
보호무역 정책 효과로 내수 회복
수입품 고관세 정책도 투자 이끌어
대미 투자 기조 이어져
직접투자 4년째 100억달러 돌파
SK이노 등 공장 설립·증설 잇달아
낮은 법인세율 등 親기업 환경에
높아진 韓 경제 불확실성도 원인
경쟁력 잃은 한국 대신… 최대시장 미국으로 생산공장 옮긴다
경쟁력 잃은 한국 대신… 최대시장 미국으로 생산공장 옮긴다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에 나선 한국 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한국의 미국 직접투자액이 4년 연속 100억달러를 넘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미국 내 생산에 비해 뒤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美로 향하는 韓기업

28일 미국의 유턴기업 지원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지수는 100으로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1위였던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각국 제조업 경쟁력 수준을 보여준다. 100으로 평가된 국가는 전 세계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지수는 100으로 미국(99.5)을 앞질렀으나 올해는 93.5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날 것으로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예상했다.

미국의 생산경쟁력이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제조업 1위 국가'를 지켜온 중국을 뛰어넘을 만큼 개선된 것이다. 반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등으로 인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3·4분기 한국의 노동생산성지수를 지난해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제조업 생산성은 지난해 3·4분기에 9.8% 개선됐으나 올해 같은 분기에는 1.5% 성장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반대 곡선을 그리면서 한국 기업들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미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에 생산공장을 기공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2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1조9000억원을 투입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늘어난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조원가량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LG화학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50대 50 지분으로 미국에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LG화학은 우선 1조원을 출자할 예정이지만, 향후 단계적으로 GM과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에틸렌과 에틸렌글리콜(EG)을 생산하는 공장 준공식을,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각각 가졌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 태양광발전 모듈 공장을 지난해 9월 완공했으며,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내 신차 투입을 위한 앨라배마 공장 설비개선에 약 4800억원을 투자한다.

식품업계에선 지난해 CJ제일제당이 미국 내 22번째 공장인 뉴저지 공장을 완공했고, 농심도 캘리포니아주 코로나에 제2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미국 진출 또한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대미투자 4년연속 100억달러 돌파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 움직임이 빨라짐에 따라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규모도 최근 4년 연속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2016년 136억달러로 확대된 대미 직접투자 규모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52억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공장 설립 및 증설 외에 인수합병(M&A)을 통한 한국 기업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미국 기업 M&A 건수는 2013년 15건에서 2018년 36건으로 2배이상 확대됐다. 일례로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항공기 부품회사인 이덱 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데 이어 KCC가 세계 3위 미국 실리콘 업체인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의약품 생산기업 앰팩 지분 100%를 사들인 바 있다.

미국이 한국 기업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배경으로는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법인세율 등 기업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꼽힌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 효과로 미국 내 경기가 좋아진 점과 수입물품에 대한 고관세정책도 해외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미국 경제성장률(전망치) 2.3%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높아진 불확실성이 대미 투자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 국내 노동비용이 급증하는 등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국내보다 미국의 시장여건이 낫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미국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정성훈 KDI 연구위원도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다보니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현지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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