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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전설’의 죽음..‘MLB 영웅’을 떠올리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8 19:09

수정 2020.01.28 19:09

남미 출신 메이저리거 클레멘테
봉사활동 가던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
골든글러브 12회 연속 수상 등 기록
메이저리그, 사회공헌 앞장 선수에
그의 이름 딴 ‘클레멘테상’ 수여
‘NBA 전설’의 죽음..‘MLB 영웅’을 떠올리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코비 브라이언트. AP 뉴시스
코비 브라이언트. AP 뉴시스
로베르토 클레멘테
로베르토 클레멘테
NBA(미 프로농구)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42)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억 저편에서 소환시켰다. 코비는 올스타전 18회 출전, 통산 3만3648득점, 12차례 디펜시브 팀에 선정됐다.

클레멘테는 올스타전 15회 출전, 통산 3000안타, 역시 12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와 NBA 디펜시브 팀은 수비 잘하는 선수에게 주어진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73년 새해 첫날(현지시간으론 1972년 마지막 날)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클레멘테는 대형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남미 니카라과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그가 탄 비행기에는 야구용품과 구호식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클레멘테는 그 전 세 차례나 지진 현장에 구호품을 보냈다.

하지만 당시 악명 높던 소모사정권의 부패한 공무원들이 물품을 모두 빼돌려 정작 이재민들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클레멘테는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탄 비행기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비행기는 이전에도 수차례 기계적 문제를 일으켰다. 비행기에는 부기장과 정비사마저 없었다. 화물도 허용치 이상으로 많이 실렸다. 결국 비행기는 이륙하자마자 해안가로 곤두박질쳤다. 클레멘테를 비롯한 탑승객은 전원 사망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클레멘테는 당시 현역 선수였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즌 3할1푼2리의 타율을 남겼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34년 푸에토리코에서 태어났다. 7남매의 막내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와 함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1954년 브루클린(현 LA) 다저스와 연봉 5000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당시 만해도 메이저리그에는 남미 출신 선수가 흔치 않았다.

이듬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옮겨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클레멘테는 네 차례 타격왕을 차지했다. 1966년엔 홈런 29개, 타점 119개, 타율 0.317로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또 1971년엔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다.

클레멘테는 1972년 10월 1일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서 4회 2루타를 뽑아냈다. 통산 3000번째 안타이자 그의 생애 마지막 안타였다. 세 달 후 그는 비행기 사고를 겪었다. 그는 이해까지 1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윌리 메이스와 함께 외야수 부문 최다 수상 기록을 나눠 갖고 있다.

메이스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73년부터 모범 선수에게 주는 상의 이름을 바꿔 클레멘테 정신을 기리고 있다.
클레멘테상 수상자 가운데는 존 스몰츠(2005년), 데릭 지터(2009년), 클레이튼 커쇼(2012년) 등이 포함돼 있다. 스몰츠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보다 이 상이 내게는 더 의미있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로베르토 클레멘테, 세상이 팍팍할수록 생각나는 이름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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