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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추진 단지, 수직증축 지연…수평 증축으로 선회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9 16:27

수정 2020.01.29 16:27

1기 신도시 첫 리모델링 시범단지 '한솔5단지', 수평 증축
송파 '성지', 수직 증축 1호 나왔지만 추가 승인 '미지수'
서울 강남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한 아파트 전경. / 사진=뉴스1
서울 강남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한 아파트 전경.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정부가 가이드라인 없이 리모델링 2차 안전성 검토만 1년 이상 시간을 보내면서 주요 리모델링 단지들이 사업방식을 수직 증축에서 수평 증축으로 변경하고 있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첫 리모델링 시범단지인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한솔5단지주공’이 다음달 15일 수평증축 설명회를 개최한다.

한솔5단지주공아파트는 지난 1994년 10월 입주한 지상 25층, 12개동, 총 1156가구 규모의 단지다. 성남시가 지원하는 리모델링 사업 시범 단지로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당초 이 단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12개동에 3개 층을 증축하고, 1개 동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일반 분양 99가구가 더해진 총 1225가구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2차 안정성 검토 단계에서 1년 이상 결과가 나오지 않자 수평증축으로 선회했다.

■안전진단 검토 인력 부족으로 사업 지연
2차 안정성 검토는 사업계획인가를 받기 전 설계상 구조안전 적정성 등을 검토하는 단계다.

분당 한솔마을5단지는 2015년 6월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사업 추진이 빠른 곳이었다. 하지만 2016년 8월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때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2019년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이 중단됐었다. 그러다 2017년 8월 성남시가 리모델링 설계안의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2018년 말에는 착공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2차 안정성 검토가 진행되지 않자 수평증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수직 증축형 리모델링은 1차 안전진단 후 1·2차 안전성 검토를 거쳐 다시 2차 안전진단을 받는 방식이다. 총 4차례의 안전 관련 심사를 받는다.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지면 이주와 철거, 2차 안전진단과 함께 착공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단지가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 자체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현재 수직증축 사업이 성사된 곳은 송파구의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1호 수직증축 사례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향후 수직증축 승인이 계속 진행될 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수직 증축으로 인한 안정성 문제와 2차 안정성 검토를 하는 건기연의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1차 안전진단만 진행해 수직증축에 비해 약 1년 6개월이 단축되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으로 조합들이 사업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총장은 “수직 증축이 승인이 났다고 하더라도 현재 안정성 검토를 하는 기관의 인력이 적어 앞으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안전성 검토를 공기업이 아닌 일반 민간 기업으로 영역을 넓혀 리모델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성공 위해선 수익성 높여야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진행 시 주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의 인허가와 안전성 검토가 늦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최근 규제로 꽁꽁 묶인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크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수익성은 낮지만 입지나 교육, 인프라가 좋은 지역인 강남이나 한강조망권 지역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면서 아파트도 몸값이 뛰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극동 아파트는 전용 84㎡가 11억원에 거래되며 1년 전 보다 2억원 넘게 값이 올랐다. 서초구 잠원동아, 잠원훼미리 등도 3억원 이상 올랐다.

특히 착공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개포 우성9차의 경우 리모델링 완공 후 집값 상승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외에도 서울의 경우 오금 아남, 이촌 현대, 대치 선경3차, 잠원 한신로얄 등이 사업계획승인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내력벽 기준 완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기에 좀 더 시장을 지켜봐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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