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일상이 된 공포…"마스크는 필수품, 외출때 가장 먼저 챙겨요"[현장르포]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0 18:09

수정 2020.01.30 19:59

[신종 코로나 초비상]
신종 코로나가 몰고 온 소비 위축
지하철·버스·극장·카페·마트 등
사람 다니는 곳 너나없이 마스크
대형 프랜차이즈는 착용 의무화
소규모 매장 테이크아웃 매출↑
30일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 종합점검에 직접 나서면서 국민 위생관리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30일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 종합점검에 직접 나서면서 국민 위생관리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포비아가 전 국민에게 퍼지고 있다. 번화한 거리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쓴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마스크맨' 세상으로 변했다.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공간에서 기침이나 재채기 소리만 나도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따갑다.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타는 것이 찜찜해지고 마스크 착용은 외출 시 가장 먼저 점검하는 일이 됐다. 영화관, 대형마트, 몰, 카페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이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일이 늘고 있다.

17~18년 전의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 발병 때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체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30일 "사스 발병 때 유통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했던 트라우마가 각 업체들을 엄습하고 있다"며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유통업체들은 직원들의 위생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페와 호텔 등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집객업소 다수도 점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고 있다. 마스크맨들이 커피와 식사 주문을 받기 때문에 병원에 온 것 아닌가 착각하게 된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서비스직 종사자 사이에선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최근 배달서비스 업체 배달의민족 노조가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을 거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중국인에 대한 혐오정서가 배어 논란이 됐지만, 서비스업 종사자 사이에서 위생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음식점 등 외식업체 직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지 않는 점주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싶어해도 혹여 매출이 줄어들까 점주가 막는 일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긁어 부스럼 만들까 하는 점주 입장도 이해하지만 직원들의 건강권이 보장돼야 하는 문제라 난감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호텔 등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계절밥상과 제일제면소, 이랜드의 자연별곡 등은 손님과 접촉이 많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한국 유명 호텔 상당수도 근무자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시민은 과도한 반응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 양천구에서 50석 이상의 중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하면 위생을 신경 안 쓰는 것처럼 여기는 시선이 문제"라며 "인터넷을 보면 바라보기만 해도 감염이 된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는데, 이런 게 혐오를 만드는 공포증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 3번째 확진자가 경기 일산의 대형 커피브랜드 매장을 찾아 시간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해당 매장은 평소 손님이 붐비는 인기 점포로, 같은 시간대 카페에 들른 손님들의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CCTV 분석을 통해 해당 업소에서 확진자와 가까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 브랜드들은 점원의 건강과 매장 위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전 매장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는 점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할리스와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 등도 다수 매장에서 점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을 응대했다.

파스쿠찌 관계자는 "파스쿠찌뿐 아니라 SPC그룹 전 매장에 포스를 통해 위생 가이드라인을 보냈다"며 "나라에서 조치가 나오지 않는 이상 가맹점들은 강제할 수 없고, 일단 공지를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할리스 매장에서도 점원들이 돌아가며 세정제로 테이블을 소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약품을 뿌리는 모습에 일부 손님들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 차원이라는 설명에 동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일부 소규모 테이크아웃 전문점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늘기도 했다.
명동 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주인은 "평소엔 밥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하던 사람들이 커피를 사서 들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가 이슈가 된 이후 매출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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