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가 남매의 경영권 분쟁 '외부세력 vs 총수일가'로 확전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1 18:35

수정 2020.01.31 18:35

누나 조현아, KCGI-반도건설과 동맹
동생 조원태 회장, 어머니 이명희 고문 지지가 관건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진가의 남매 간 갈등이 결국 KCGI 등 외부세력 대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세 대결로 확전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연말 동생의 경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후 공식적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손을 잡고 동생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월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란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원태 회장으로선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의 표를 얻지 못한다면 한진가의 경영권은 장담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KCGI는 1월 31일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3자는 특히 공동 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경영에서 퇴진하고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입장문은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 회장을 등지고 외부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 잡으면서 기존 한진칼 2대주주인 KCGI 측 지분율은 32.06%(KCGI 17.29%, 조현아 6.49%, 반도건설 8.29%)로 늘었다. 조원태 회장을 충분히 위협할 수준이다. 조 회장의 지분은 6.52%에 그친다. 작년 4월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한진칼 지분을 상속하면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모두 동일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으로선 5.31%를 상속받은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6.47%)의 도움 없인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다.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등과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0%) 등을 합쳐도 32.45% 수준이다.

대한항공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카카오까지 모두 합쳐도 34%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현재로선 어머니 이명희 고문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성탄절 모자 간 언쟁이 오갔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설 연휴 회동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고 생전의 조양호 회장을 괴롭혔던 KCGI에는 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KCGI 측과의 표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선 국민연금, 타임포트폴리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한다. 작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된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는 주총을 앞두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조 회장 입장에선 우선 가족의 지지를 확고히 해 두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분석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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