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종 코로나]美中 '中방문자 여행금지' 놓고 신경전...中손드는 WHO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4 12:13

수정 2020.02.04 12:13

-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 놓고 감정 고조
- 中, 1만명 사망한 美 독감 공격
[신종 코로나]美中 '中방문자 여행금지' 놓고 신경전...中손드는 WHO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으로 홍역을 겪은데 이어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방문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 조치를 놓고 미·중 양국의 감정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만간 중국에 전문가를 파견키로 했다. 미국이 참여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이 승인 여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WHO는 “여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며 여전히 중국 편에 섰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AFP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 국장은 3일(현지시간) “내가 본 것은 이런 상황에서 과학이 다른 모든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며 “우리는 신종 코로나가 미국에 들어오기 전에 이를 늦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AFP는 이를 중국 방문자 입국금지라는 미국의 조치를 두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전날 ‘미국이 공황을 야기한다’며 미국을 비난한 중국 정부와 현지 언론을 의식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AFP는 해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한에서 영사관과 공관원들을 철수시키고 중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공황 상태를 야기했다”며 “이는 불안을 선동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었다.

중국 언론도 이런 비판에 힘을 보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평(사설)에서 “미국은 신종 코로나의 위기를 빌려 중국을 공격하려는 충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누구도 중국의 공중보건 위기 대처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미중 양국은 미국의 지원을 놓고도 날을 세웠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불안만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메소니 국장은 “미국 CDC에는 비슷한 질환에 많은 기술적 경험을 지닌 엄청나게 강한 과학자들이 있다. 그리고 중국 현장에서 우리의 존재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독감에 대해선 메소니 국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CDC의 자료를 인용, 미국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자국의 신종 코로나 수치를 들며 “미국의 독감 수치와 대조해보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고 전날 비꼬았다.

줄곧 중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 정책에 찬사를 보냈던 WHO는 같은 날 “신종 코로나를 억제하기 위해 여행과 교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언급했다.

중국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대사들은 자리가 있을 때마다 WHO의 판단을 인용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역시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WHO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WHO는 그러면서 이르면 이번 주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중국에 국제 전문가팀이 방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WHO는 중국 전문가와 협업할 예정인데, 미국 CDC가 참여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다만 메소니 국장을 발언을 감안하면 미국은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의 방문을 승인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미국은 지난 2일 오후 5시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하기로 했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도 여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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