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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테슬라의 질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5 16:51

수정 2020.02.05 20:15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연일 무서운 상승세다. 테슬라는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13.73% 올랐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에도 19.89% 상승했었다. 테슬라발 훈풍에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를 만드는 국내 전기차 벨류체인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다.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 시장을 강타 중이다.

테슬라 주가의 상승 랠리는 그래서 더 놀랍다. 지난해 4·4분기 실적개선이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 112% 올랐다. 그 결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일본 도요타에 이어 자동자업체로는 세계 2위가 됐다. 미국 내에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 빅3'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아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 주가의 폭등세를 불길한 전조로 본다. 즉 2000년대 초반 닷컴기업과 근년의 비트코인 열풍이 '거품 붕괴'로 이어진 악몽을 떠올리면서다. 그럼에도 테슬라 돌풍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우한발 쇼크'로 고전 중인데도 테슬라는 끄떡없지 않나. 내연기관차에 비해 '심플한' 전기차가 중국산 부품에 덜 의존하는 측면도 있지만, 괴짜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Why not?(안될 게 뭐야?)"라는 역발상 투자로 구축한 기술적 펀더멘털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전기차에 올인 중인 테슬라의 질주가 지속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수소차를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그 하나다. 지금 BMW, 벤츠를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중 전기차를 내놓지 않은 곳은 없다.
현대차와 도요타, 혼다는 수소차도 양산하고 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일으키는 변환 과정에서 전기차에 비해서는 더 많은 부품을 필요로 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세계의 공장 격인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 요즈음 전기차가 일단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느낌은 든다. 아직 미래차 표준경쟁에서 최종 승자를 단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