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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첫 발병 사실 알린 의사 中 영웅 '리원량' 사망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7 10:10

수정 2020.02.07 10:10

- 만 34세 우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
- 中 네티즌 애도와 정부 비판 글 쇄도
 
웨이보 캡쳐
웨이보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가 결국 사망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선 그를 추모하는 글들과 정부 당국에 분노하는 글들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다.

6일 CNN과 AP,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우한중심병원은 웨이보 계정을 통해 리원량이 이날 오전 2시58분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만 34세다.

우한중심병원은 성명에서 “리원량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싸우다 불행히도 감염됐다”면서 “리원량 박사는 소생 시도가 실패한 직후 사망했고 우리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애도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트위터를 통해 “리원량의 죽음에 매우 슬프다”며 “그가 바이러스(퇴치)를 위해 한 일을 기릴 필요가 있다”고 확인했다.


앞서 리원량 박사의 사망 소식을 전했던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와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사망 보도를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경보, 중국신문사 등 다른 중국 매체와 주요 외신은 리 박사의 사망 소식을 그대로 전했다.

우한중심병원은 당초 리 박사가 중환자실에서 긴급 소생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곧 사망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리 박사는 지난해 12월30일 자신의 의대 동문 모임 채팅방에서 “국내 해산물 시장에서 온 환자 7명이 사스형 질환을 진단받아 우리 병원에 격리됐다”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됐다.

중국 공안당국은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질서를 해쳤다며 그를 연행한 뒤 이른바 반성문 성격의 ‘훈계서’를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를 공식 인정하면서 그는 유언비어 유포자에서 ‘영웅’으로 칭송받게 됐다.

리 박사는 이후에도 환자를 돌보다가 지난달 10일께부터 기침과 발열 등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최근 폐렴으로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리 박사는 신종 코로나 확산 초기 마스크 등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웨이보엔 수십만 건의 추모와 정부 비판 글이 뒤엉켜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의 공립 병원은 너무 쓰리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그의 조기 사망은 우리를 매우 슬프게 만들고 있다.
그는 존경할만한 의사이다”는 글을 올렸다.

한 공익재단이 리 박사의 가족에게 100만 위안(한화 약 1억7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또 다른 네티즌은 설명했다.
네티즌에 따르면 이 공익재단은 “그의 용기와 책임감이 모든 일선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리원량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훈계서. 웨이보 캡쳐
리원량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훈계서. 웨이보 캡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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