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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산천어축제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0 17:28

수정 2020.02.10 17:45

산천어는 본래 바다에 살던 송어가 강 상류 맑은 물에 정착하면서 육봉형(陸封型) 민물고기가 됐다. 강원 화천군이 산천어축제를 시작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곤궁한 지방 살림을 채우는 효자 프로그램이 됐다.

산천어와 산천어축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의 향연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소신성 발언을 하자 산천어축제 홍보대사 이외수 작가가 "댐 때문에 바다로 회유하지 못하는 신세인 산천어를 그토록 사랑하신다면 댐부터 폭파하셔야 마땅하다"면서 "(축제에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나 환경부 장관님께 자갈을 구워 먹는 방법이나 모래를 삶아 먹는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쏘아붙였다.

논쟁은 11개 동물, 환경단체로 구성된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가 산천어축제를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고발하면서 예견됐었다.
세계적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은 산천어축제에 대해 "오늘 같은 시대에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인간으로서 다른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지난해 등장했었다.

지난해 184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은 화천 산천어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2017년 기준 1299억원이라고 한다. 700개 넘는 지역축제 중 80개 이상인 유사 동물축제의 성공모델이다. 낚시의 본능까지 뭐라 할 순 없지만 산천어 맨손 잡기 체험행사는 좀 거북하다. 양식장에서 부화한 산천어 76만마리(180t)를 닷새 동안 굶긴 뒤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한다는 설정도 지나치다.
먹이를 잡는 생존의 몸부림이 유흥의 수단이 된 셈이다. 지속가능한 생태친화적 프로그램으로 개편이 바람직하다.
지역 관광수입에 눈이 멀어 환경보호와 동물복지라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joo@fnnews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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