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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 황금산업 ‘크루즈’… 바이러스 감옥 신세로 ‘직격탄’[글로벌 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3 17:34

수정 2020.02.23 17:34

코로나19 확진환자 대거 발생 ‘속수무책’
떠다니는 작은 도시 폐쇄적 ‘초대형 재난’
통풍관 통해 공기 순환 감염 위험 높아져
세계 여행취소·운항중단 크루즈산업 ‘위기’
기항지 아시아 제외 움직임… 韓中日 타격
바다위 황금산업 ‘크루즈’… 바이러스 감옥 신세로 ‘직격탄’[글로벌 리포트]
바다위 황금산업 ‘크루즈’… 바이러스 감옥 신세로 ‘직격탄’[글로벌 리포트]
【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박종원 기자】 꿈과 낭만의 여행 크루즈선이 '바이러스'라는 최대 복병을 만났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로 도마에 올랐다.

크루즈선 내에서 확진환자가 대거 발생하는 걸 눈 뜨고 바라보면서도 속수무책인 상황이 그야말로 초특급 재난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초호화 크루즈선은 육지의 작은 도시 하나를 커다란 배 안에 옮겨놓은 것과 같다.

실화 혹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포세이돈과 타이타닉 등 유명한 호화선들의 이름이 오만하게도 신의 이름을 땄다는 점에서 크루즈선에 대한 인류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육지에서 벗어나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공간의 확장이 크루즈선의 매력인 반면 역설적이게도 내부적 폐쇄성이란 게 초대형 재난을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루즈 안에는 대형식당이나 극장 라운지, 카지노, 야외풀장 등 필요한 모든 부대시설이 모두 들어서 있다. 그러나 해양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박의 내부 구조는 폐쇄성을 벗어날 수 없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역시 통풍관을 통해 선내 공기를 순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장기간 격리조치를 해 감염 위험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루즈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를 맞았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크루즈 건조가 고부가가치 산업인데다 관광 등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크루즈산업 직격탄

코로나19는 크루즈 산업에 막대한 후폭풍을 가져올 전망이다. 일본과 캄보디아에 정박한 크루즈선이 이른바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접시' 취급을 받고 있어 타격은 불가피하다.

장 폴 로드리게 뉴욕 호프스트라대 교통지리학과 교수는 "크루즈는 공기 순환이 비행기보다 더 좋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글로벌 분석기관들도 이를 반영해 크루즈 산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코로나19가 크루즈선 업체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프린세스 크루즈의 모회사인 카니발 코퍼레이션의 주가는 올해 16% 가까이 하락했다. 카니발 코퍼레이션 측은 "세계 각국의 여행취소와 운항중단으로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에 정박한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크루즈 업계의 타격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JP모간은 3월까지 크루즈 운항 취소가 지속된다면 크루즈 선사들의 수익은 약 15%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크루즈를 운영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크루즈선내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 외에 전 세계 주요 국가의 항구도시를 두루 다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서비스 레저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가 추산한 국내 '크루즈선 경제효과'는 연간 5조원에 달한다. 크루즈선 운영이 중단될 경우 미치는 피해 내역은 관광객 관광·쇼핑, 관광버스 임차, 관광가이드,여객터미널 사용료 등 항만수입, 식자재·객실용품 등 선용품, 관련 업종의 일자리 창출 등 한둘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 주요 선사들이 크루즈선의 주요 기항지에서 아시아 시장을 제외한 여행경로를 변경 중이라는 점도 한국, 일본, 중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놓칠 수 없는 '황금 관광산업'

그럼에도 크루즈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황금 관광산업'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계 크루즈시장은 2008년~2017년 연평균 4.5% 성장했으며 향후 2027년까지 매년 4% 이상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용객(모항)은 2008년 1628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2042만명, 2015년 2206만명, 2017년 2520만명, 2019년 2520만명을 거쳐 2027년엔 3967만명까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크루즈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407척이다. 전년도 386척에 비해 21척 늘었다. 크루스 인더스트리가 작년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세계 크루즈항로 운항 선박은 2022년 452척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크루즈 선사는 전 세계적으로 70개가 넘는다. 대표적인 것이 카니발 코퍼레이션이다. 코스타, 프린세스, 아이다 등 선박 105척을 보유하며 절반에 가까운 41.8%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노르웨이 크루즈, MSC, 겐팅홍콩 등도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다.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세계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 세계는 이미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아시아는 태동 단계를 갓 벗어나 수요도 그만큼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2008~2017년 연평균 성장률은 19.8%로 집계됐다. 세계시장과 견줘 4.5배가량 높은 성장 폭이다.

아시아 가운데 단연 으뜸은 중국이다. 이 나라는 동부 연안도시인 상하이, 칭다오, 톈진 등을 모항이나 기항으로 삼고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역시 요코하마항, 시미즈항, 시세보항, 야쓰시로항, 모토항, 히라라항 등 6개 거점항만을 운영 중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외국 크루즈 기항 관광객을 500만명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올림픽 개최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선박 건조분야도 매력적이다. 한국은 세계 최정상급의 조선 산업을 갖추고 있지만 유독 크루즈 분야에선 취약했다. 이에 2013년부터 크루즈 활성화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모든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후 해양수산부는 다시 크루즈산업 육성을 정책을 꺼냈다.
작년에 23만명까지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아시아 크루즈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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