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금융시장, 본격 조정 시작됐나…다우 1031포인트 폭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0:07

수정 2020.02.25 10:07

[파이낸셜뉴스]

금.은 누적 수익률 추이(단위:%): 초록:금, 회색:은; 실선 왼쪽부터; 중,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표; 코로나19 사망자수 사스 초과 /사진=팩트세트, WSJ
금.은 누적 수익률 추이(단위:%): 초록:금, 회색:은; 실선 왼쪽부터; 중,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표; 코로나19 사망자수 사스 초과 /사진=팩트세트, WSJ

한국과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이 마침내 금융시장에 본격적인 조정장을 몰고 왔다.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넘게 폭락하는 등 뉴욕증시 3대지수가 모두 3% 넘는 폭락세로 장을 마쳤고, 앞서 마감한 아시아·유럽 증시 역시 3% 넘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금은 7년만에 최고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고, 대표적인 안전자산 가운데 하나인 10년만기 미국 국채는 수익률이 사상최저치에 바싹 다가섰다.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중국발 코로나19 확산 흐름에도 오름세를 이어가던 뉴욕증시가 이날 폭락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장 흐름으로 볼 때 본격적인 조정장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주식시장 조정 시작됐나
2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날 주가 폭락이 본격적인 조정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함에 따라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통제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급격히 높아졌고, 세계 경제 둔화 우려 역시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피츠버그의 포트피트캐피털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 카터 헨더슨은 "지난 주말 중국에서 온 이들과 접촉하지 않은 확진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코로나19의 실체에) 눈을 뜨고, 세계보건기구(WHO)도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또는 왜 확산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주말을 거치면서 시장 불안감이 급속도로 고조돼 주식시장은 일제히 폭락세를 기록했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가 1031.61포인트(3.56%) 폭락한 2만7960.80으로 주저앉았고,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주말보다 3.4% 내린 3225.89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3.7% 급락한 9221.28로 떨어졌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올 상승폭을 모두 까먹으며 2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디오퍼튜니스틱트레이더의 래리 베네틱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2위 경제국(중국)이 완전히 가동 중단됐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온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10~15% 주가 조정이 이제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마감한 아시아와 유럽증시에서는 한국증시의 코스피지수가 3.9%, 유럽시황을 반영하는 스톡스유럽600 지수가 3% 넘게 급락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닥스지수는 4% 폭락했다.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부르는 VIX는 지난주말보다 7포인트 넘게 뛴 25.04로 올라 지난해 1월 3일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VIX는 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 뛴다.

돈은 안전자산으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쏠림이 심화됐다.

금은 온스당 1.7% 뛴 1673.40달러로 올라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고,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369%로 떨어지며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최저치 1.36%에 바싹 다가선 상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일시적인 침체 뒤 신속히 회복하는 'V'자 회복을 기대했던 시장은 이제 이같은 희망을 접고 장기전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시장 폭락세가 성장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지속적인 하락의 시작일지가 관건이 된 가운데 시장 흐름은 지속적인 추가 하락의 신호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2~18일 1주일간 안전자산인 금 가격 상승에 베팅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적 투자자들의 계약은 가격 하락 계약보다 28만4206건이나 많았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앨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 재커렐리는 "바이러스가 통제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비현실적인 것이 됐다"고 비관했다.

뱅크오브몬트리올의 금속 파생상품 거래 책임자 타이 웡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고 있다"면서 "지금 시장을 흔드는 것은 한국이다. 우리는 일찌기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확률을 급격히 높여잡기 시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흐름으로 볼 때 시장에서는 7월말 이전 연준이 최소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확률이 8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시장 예상 확률은 39%에 불과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