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악화일로' 항공업 구조조정 칼 빼나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5 19:00

수정 2020.02.25 19:00

일본 불매운동에 코로나 겹악재
여객수요 의존성 높은 항공산업
감원 등 고강도 자구책엔 한계
인수합병·대규모 청산 가능성도
항공사 '셧다운'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이콧 재팬, 홍콩 시위, 코로나19 등 지난해부터 연이은 악재로 내수시장이 쪼그라들자 항공사 실적은 속절없이 곤두박질쳤다. 항공사들은 임원사표·무급휴직 등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에 최근 일련의 상황이 항공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국내항공사를 이용한 총여객수는 898만10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33만160명)보다 36.1%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 운항편수는 국내·국제선 아웃바운드(국내 출발) 기준으로 1만8042회로 전년동기(1만9471회) 대비 7.9% 줄어들었다.
지난 1월 23일 중국 우한지역 봉쇄 이후 한·중 노선 운항편수는 2월 둘째주 약 70% 감소했다. 게다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으로 나타나면서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한국 출발 항공기 여객에 대한 입국금지 국가는 7개국, 검역강화·격리조치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17개국으로 늘었다. 당장 대한항공이 이날부터 홍콩과 대만행 항공기 운항을 잠정중단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이들 국가에 대한 항공편 중단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에 처했다. 당장 이날 이스타항공이 임직원에 대한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좋지 않은 회사의 재무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에어서울도 경영진 사직서 제출 및 임금 반납과 직원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또 중국노선 운항중단에 이어 3월부터는 일본, 동남아 노선으로 운휴 노선을 확대한다. 에어부산도 전날 모든 임직원은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의 20~30%를 반납키로 했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최장 무급휴직 30일을 신청받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도 사장을 포함한 전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고 월급의 최대 40%를 반납키로 했다. 문제는 항공사들이 고강도 자구책으로 비용절감에 나서도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여객 수요 의존성이 강해 여행에 충격을 주는 외부요인이 발생하면 항공사 입장에선 별 수 없이 그 충격을 감당해야 하는 산업 특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항공사 입장에선 지금 당장 인원감축 등 내부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지만 한계가 있다"며 "향후 재무 사정이 열악한 항공사부터 인수합병 혹은 대규모 청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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