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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안심' 백지수표 남발한 글로벌 리더십, 바이러스 확산에 '흔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6 14:13

수정 2020.02.26 16:17

인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퍼 미국 대통령이 25일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인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퍼 미국 대통령이 25일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국·중국·일본 지도자들이 곤궁에 처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국내 여론이 빗발치면서 리더십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 중에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환자가 죽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라며 "환자들은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집계된 미국 환자는 60명으로 사망자는 없으며 36명은 일본 크루즈에서 귀환한 인원들이다.


백악관의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같은날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밀폐됐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밀폐에 매우 가깝다"면서 "우리는 코로나19를 매우 단단하게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같은 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이 사태가 과연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히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피해에서 안전지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과 달리 미 증시는 CDC 발표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이날까지 이틀 연속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서는 증시 호황이 주요한 버팀목이다. 미 증시가 코로나19타격으로 조정국면에 직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권력 누수 위기에 처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태 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와 정보 통제 탓에 중국내 비판적 여론이 비등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42년만에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까지 미루며 민심달래기에 나섰다.

한국에 이어 감염자 수로는 세계 3위인 일본 역시 코로나19가 정치 문제로 떠올랐다.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내각 지지율은 현지 우파 언론으로 유명한 산케이신문 조사 결과에서도 약 5주전 결과에 비해 8.4%포인트 내려간 36.2%에 그쳤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6.7%로 산케이 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지지율을 넘어선 것은 2018년 7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26일 회의에서 한국의 청도와 대구에 체류했던 외국인 입국을 거부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2주 내 민간의 대형 스포츠 및 문화 행사를 연기하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확진자가 323명으로 늘어 세계 3위 감염국이 된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좌파 연정에 밀려난 극우 계열 동맹당이 정치적 공세 수위를 높였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23일 발표에서 좌파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을 계속 수용하고 있다며 전염병에 대비해 국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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