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근원과 전파 경로에 대한 연구를 지시했다.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지시여서 주목된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미국 발원설이나 한국 신천지 전파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신화통신과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과학기술부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바이러스의 근원과 전파 경로 연구에 대한 전면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또 “유행병학과 바이러스 근원 조사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근원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정확도와 검사 효율을 높여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에 앞서 중국 군사의학연구원과 칭화대학 의학원을 잇따라 방문해 연구진을 격려하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과기부에서 발언도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학적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보도와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직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달 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다고 해서 중국을 꼭 발원지로 볼 수는 없다”고 발언한 뒤 중국 관영 매체가 이를 인용 보도하는 상황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에서 먼저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중국으로 감염이 됐다는 ‘미국 발원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양잔추 우한대 감염병 연구소 교수도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검출됐다고 해서 우한이 코로나19의 시초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미국 발원설 외에도 신천지 교인이 1월 우한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신천지 교인들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억지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중국 국건위는 중국 본토에서 전날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는 125명, 사망자는 31명 각각 늘었다고 발표했다. 누적 확진자는 8만151명, 사망자는 2943명이다.
이 가운데 발원지 후베이성의 경우 114명의 확진자(우한 111명)와 31명(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후베이성 외의 중국 본토에서 확진자는 11명, 사망자는 0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후베이성 밖에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이틀째다.
중난산 원사 연구팀은 흉부 질환 학술지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코로나19는 2월말 절정기를 지나 4월 말에 안정되고 확진자는 9만~12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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