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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0.5%포인트 전격 인하…각국 대응 빨라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4 08:36

수정 2020.03.04 12:17

[파이낸셜뉴스]

미 연방기금(FF) 금리 추이(단위:%) /사진=미 연준, WSJ
미 연방기금(FF) 금리 추이(단위:%) /사진=미 연준, WSJ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대응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장 마감 1시간 반을 남겨두고 긴급성명을 통해 "필요한 조처를 강구하겠다"고 금리인하를 시사한 파월 의장은 3일 전격적인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통상적인 인하폭의 2배,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단행된 금리인하는 그만큼 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이 위중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전격적이고 과감한 금리인하로 전세계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의 대응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이례적인 전격 금리인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의 이날 금리인하는 정례 FOMC 회의가 아닌 시기에, 일반적인 0.25%포인트의 2배 수준인 0.5%포인트라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파월은 전날 밤 화상회의로 긴급 FOMC 회의를 주재했고, 이 자리에서는 금리인하에 어떤 반대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3차례 금리인하 당시 매파 위원 2명이 금리인하 반대를, 온건파 위원 1명은 더 큰 폭의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파월은 이날 밤 결정을 토대로 이튿날인 3일 장이 열리자마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1~1.2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연준이 정규 FOMC 회의가 아닌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금리를 내린 사례는 많지 않다.

닷컴거품 붕괴 당시인 2001년초, 그리고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미 경제가 최대 침체에 빠지기 직전인 2008년초 같이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을 때에만 이뤄졌다.

파월 의장은 서둘러 마련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와 이를 억제하기 위한 (방역) 수단들이 미국과 해외에서 앞으로 한동안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추가 통화완화를 시사했다.

연준의 금리인하에 앞서 이날 호주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고, 주요7개국(G7) 중앙은행 총재·재무장관들도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는 등 각국의 국제 공조와 대응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캐나다중앙은행(BOC)도 4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는 막을 수 없지만 이에따른 경기둔화는 막겠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에따른 경제적 충격은 완화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조처는 다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금리인하는 감염율을 낮춰줄 수는 없다. 무너진 공급망을 고칠 수도 없다. 그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연준은 연준의 대응이 경제에 의미있는 부양을 제공할 것임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경제 외적인 충격이기는 하지만 미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방역조처로 학교·기업이 잠정 폐쇄되고, 공공행사가 취소되며, 사회 전체가 움츠러들게 되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연준이 인식한데 따른 것이다.

연준은 대개 일시적인 외부충격에는 대응을 하지 않지만 코로나19 충격은 그 강도가 지속성이 미지의 영역으로 경제활동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파악이 힘든 상황이어서 서둘러 사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연준, 다시 제로금리 가나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하가 끝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도 추가 인하를 시사한 상태다.

JP모간체이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연내 제로금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페롤리는 연준 기준금리가 '제로'로 낮아질 가능성을 지난주 33%에서 지금은 50%로 높여잡았다.

SEI 인베스먼트 포트폴리오 전략 책임자 제임스 스미걸도 금리인하가 "시장 심리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주가가 폭락하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더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제로금리 상황으로 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채권펀드 핌코의 티파니 윌딩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코로나19) 충격이 확대되기보다는 완화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들고 싶어한다"면서 "연준이 충격 요법을 쓰는 것이 타당할 만큼" 경기침체 위험이 고조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위딩은 지금같은 일시적인 충격에 기업들이 못버티고 무너지면 실업률이 뛸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긴급 FOMC 회의를 통한 금리인하를 예측했던 골드만삭스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성장률 급락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1·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기준 0.9%로 하락하고, 2·4분기에는 성장률이 더 떨어져 '제로성장'할 것으로 비관했다.

한편 미국의 재정정책 병행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 의회는 이번주 70억~80억달러 긴급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규모가 어떻든 무조건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미 한국, 이탈리아가 대규모 재정투입에 나섰거나 추진 중이고, 지난해 경기침체에 빠진 홍콩은 성인 거주자 1인당 1284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약 200만 노동자의 소득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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