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19 시국에 출장…대체자 없어 울면서 가요"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4 15:12

수정 2020.03.04 15:12

-코로나19의 지역 확산 이후에도 마스크 등 조치 없이 출장 강행
-"근로자 보호조치 위반 가능성…회사의 안전배려 의무 필요"
4일 현재 전세계 87개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항공기 탑승객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원
4일 현재 전세계 87개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항공기 탑승객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원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김모씨(32)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북 출장을 다녀왔다. 대구와 포항 등 협력사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던 해당 출장은 이미 예전부터 잡혀있던 계획이었다. 김씨는 "확진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데 괜히 갔다와서 가족들한테 피해주고 싶지 않았지만 바꿀수도 없고, 바꿔주는 사람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녀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녀와서부터였다.
가족 내 대구 방문자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하자 다른 가족들은 회사에서 바로 퇴근조치됐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는 등 2주간 자가격리됐다. 김씨 가족은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김씨는 "회사에서 가라고 해 안 갈수가 없었는데, 이것때문에 다른 가족들과 가족 직장들이 피해를 본 것 같아 괜히 미안하다"고 했다.


■마스크도 못 구한채 출장 行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지만 직장에서 계획된 출장이나 외근 같은 경우 불안함을 떠안고 강행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아무도 가려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안전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직장인 하모씨(30)도 지난달 27일 미국 출장으로 출국행에 올랐다. 현재 한국인 입국 금지·제한을 한 국가는 총 87곳이지만, 미국은 아직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을 하고 있지 않다. 하씨는 "이미 잡혀있던 학회 때문에 가는 것"이라며 "괜히 돌아다니기 꺼림칙했지만 회사에선 별다른 조치 없이 평소랑 똑같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지급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조치도 받지 못한 하씨는 미국에서라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파는 곳도, 남아있는 곳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당수 직장인이 임금 삭감이나 강제 연차 소모, 보호조치 위반 등의 갑질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감염병 예방법·근로기준법·민법을 '코로나 3법'으로 이름짓고 이를 위반하는 근로사용자의 감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한의 안전배려 의무 이행"
위와 같은 출장 사례의 경우 보호조치 위반 등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지만 제대로 된 감염병 예방 조치를 취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의 박성우 회장은 "출장 자체가 부당하다고 할 순 없지만 감염우려가 있다면 회사가 최소한의 안전배려 의무를 이행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근로자는 매일 필요한 마스크 지급과 안전한 숙식 장소의 지원 등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며 "이런 기본적인 안전배려 의무 등을 부당하게 들어주지 않을 시 출장 거부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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