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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꺾인 글로벌 부동산시장…‘경기부양’땐 전화위복[글로벌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8 17:20

수정 2020.03.08 17:20

디플레 이어 연이은 악재
외국인 美 상업부동산 74조 매각
中 할인 나서고 홍콩은 거래 마비
돈풀기 나서는 각국 정부
코로나에 맞서 통화·재정 총동원
부동산 통한 경기부양은 불가피
‘코로나’로 꺾인 글로벌 부동산시장…‘경기부양’땐 전화위복[글로벌리포트]
【 도쿄·베이징·서울=조은효 특파원 정지우 특파원 홍창기 윤재준 기자】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울고 웃게 생겼다.

과잉 유동성이 유입돼 호황기를 누리던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에 직면하면서 이미 본격적인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초부터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고수익 부동산 투자상품 수익률도 하락세로 꺾이고 전세계 주요국 주택가격 상승폭 역시 완연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조정장 속에 코로나19 사태로 확인사살을 당하게 된 셈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향후 부동산 가격 재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가 통화 및 재정정책을 총동원할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정장...코로나에 '휘청'

부동산 시장 침체 신호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자료를 인용해 18개국의 주택투자 규모가 지난해 3·4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했다고 전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추산한 지난해 3·4분기 세계 23개국의 주택가격도 지난 2018년 대비 1.8% 소폭 올랐다.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집계한 지난해 3·4분기 45개 대도시의 상위 5% 고급주택 가격도 전년 대비 1.1% 오르는 데 그쳤다. 나이트 프랭크의 조사 대상 도시의 고급주택 가격을 살펴보면 캐나다 밴쿠버(-10.2%)와 뉴욕(-4.4%), 런던(-3.9%) 등의 하락폭이 컸다.

미국에 들어간 외국 투자자들 역시 부동산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멈추고,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지난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외국인들은 2012년 이후 7년만에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부동산 시장조사기관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한 것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상업 부동산을 630억 달러(약 74조6000억원)어치 매각했다. WSJ는 한동안 급등세를 거듭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점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 상업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2.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주택시장 역시 올해 '갈지 자' 행보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는 546만채로 전달보다 7만채(1.3%) 감소했다. 지난해 말22개월만에 '반짝 강세'를 보였다가 다시 위축된 모습이다.

중국 역시 조정장에 들어섰다. 중국 교통은행 류췌즈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같은 기간 중국 35개 도시의 주택 판매가 1년 전보다 31% 줄었다고 분석했다. 칭강 중국부동산싱크탱크 소장은 한 발 나아가 "판매와 시장 활동이 멈춘 상황을 놓고 보면 1분기 부동산 시장의 가치하락이 50%에 이를 수 있다"고 글로벌타임즈에 주장했다.

사정이 이같이 돌아가자,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기업 헝다는 코로나19로 시장이 움츠려들자 온라인 판매와 할인공세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홍콩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홍콩 기존주택 가격지수는 지난 12월 378.5로 전달보다 1.7% 하락했다. 작년 9월 1.8%로 떨어진 이후 최대치다.

일본의 경우 디벨로퍼들의 주요 도시 투자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도쿄와 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일본 전역의 땅값이 일제히 상승했으나, 오름폭의 격차가 크다. 일본 전국 평균 지가가 지난해 1.2% 상승할 동안 도쿄·나고야·오사카 등 3대 도시권의 상업지역에선 5.1%나 뛰었다. 특히 '1극 집중' 우려가 큰 도쿄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 시기 가격을 웃돌았다. 같은 시기 전국 평균 지가는 1990년대 초의 40%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인구 감소 지역에선 1990년대 버블붕괴 후 시작된 장기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75세를 넘기며, 상속물건과 빈집이 대규모로 쏟아져나올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번지고 있다. 대도시 외곽의 대규모 매물 발생 가능성은 수도권 집값을 끌어내리는 악재다. 실제 일본에선 사망한 부모와 친척의 집을 상속받지 않겠다는 '승계 거부·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18년 한 해만 21만건이었다. 10년 전 대비 1.5배 증가한 것이다.

■조정장 속 각국 경기부양

부동산 시장은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과 코로나19 패닉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해 있다.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우선, 과잉 유동성 속에서 펼쳐진 부동산 머니게임이 최근 역풍을 맞는 모습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고수익 투자상품인 부동산 투자 역시 휘청이고 있다는 신호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 투자신탁(REIT)종합적인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도쿄증권거래소의 REIT지수가 지난해 11월 2257.08을 찍으며,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불과 4개월 뒤인 이달 초 2000선 아래로 가파르게 떨어지더니 6일 가까스로 2099에 안착했다. 코로나19의 역풍을 비켜가기 힘들다는 징후들이 본격화된 셈이다.

글로벌 투자 자문 기업인 에버코어(Evercore ISI)는 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가 이제 막 시작 되었으며 부동산 등 경제전체에 미치는 범위, 심각성, 기간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글로벌 종합부동산 투자회사 존스랑라살(JLL)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동안 역대 최장기간의 경기확장기를 향유했는데 앞으로 2년 이내에 일정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세적으론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조만간 부동산 투자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역발상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로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각국 정부가 통화 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부동산 만큼 경기를 부양하기 좋은 재료도 없다. 정책당국으로선 부동산 거품 양산이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 독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코로나 19와 같은 돌파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동산 부양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미 미국·유럽연합·일본 등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동원해 돈풀기를 주도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지우 홍창기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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