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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산부 마스크 대리구매 불가에 '부글부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4:25

수정 2020.03.09 14:46

식약처, 임산부 마스크 장시간 착용 부작용 거론
정부가 발표한 마스크 대리 구매 허용 대상에 임산부가 빠져 논란이다. '마스크 5부제'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정부가 발표한 마스크 대리 구매 허용 대상에 임산부가 빠져 논란이다. '마스크 5부제'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세종시에 거주하는 임산부 유지연씨(33·여)는 아예 공적 마스크 구입을 포기했다.

임신 2개월 차인 유씨는 “남편이 사람 만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마스크가 꼭 필요한데 인당 2장이고 구하기도 어려워서 나까지 약국 여러 군데를 돌았다”며 “결국 못 구해서 중고마켓에서 비싸게 주문했는데 임산부는 가족이 대신 살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1인당 2매로 구입이 제한된 공적마스크 대리구매 대상에서 임산부가 배제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조치 이후 불거진 논란에 따라 어린이와 노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에 한해 동거인이 대신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임산부는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만삭의 임산부들조차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과 하나로마트, 우체국을 돌아야 하는 불편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와 일선 약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임산부의 마스크를 가족이 대신 구입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산부들이 공적판매처 앞에 줄을 서거나 약국 등을 돌며 마스크를 구입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공적판매처를 통해 판매하는 마스크를 본인이 직접 약국에 방문한 경우에 한해서만 살 수 있도록 하면서 첫 불만이 제기됐다. 예외는 장애인뿐으로, 대리인이 장애인등록증을 지참하면 구매할 수 있었다.

대책이 발표된 직후 어린이와 노인, 거동이 불편한 환자 및 비 등록 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비판이 제기됐다. 현장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것이다.

이에 정부는 8일 2000년 이후 출생자와 1940년 이전 출생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에 대해서까지 대리구매 범위를 확대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산부는 다시 제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 태스크포스(TF)와 중대본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이라며 “임산부의 경우엔 마스크를 장시간 쓰면 호흡곤란도 일으킬 수 있고 해서 제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식약처는 9일 임산부 등이 보건용마스크를 착용했다가 호흡에 불편을 느낄 경우 즉각 사용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주의사항을 일반에 발표했다.

앞서 정부가 임산부에게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장한 상황에서 대리구매를 막은 건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광주시·제주시·강릉시·파주시를 비롯해 일선 지자체 수십곳이 임산부에게 마스크를 긴급 지원하는 등 외출 시 임산부의 마스크 사용을 장려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심모씨(40대·여)는 “문 앞에 공적마스크가 소진됐다고 붙여놔도 하루에 수백 명이 마스크 있냐고 묻는 상황”이라며 “배 나오신 분도 가끔 있는데 그런 분들은 가족이 따로 사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9일부터 출생년도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5부제를 그대로 시행할 전망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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