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끝자리 1번인데도 5곳째 허탕"…마스크 5부제 첫날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5:44

수정 2020.03.09 15:44

-약국마다 물량 부족 등으로 오후 2시 이미 배포 끝난 곳 많아
-약국도 공급량·시간 일정치 않아 고객 불만
9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앞. 마스크 판매시간 한시간 전부터 긴 인파가 늘어서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9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앞. 마스크 판매시간 한시간 전부터 긴 인파가 늘어서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파이낸셜뉴스] "첫자리야 끝자리야? 내가 무식해서…"
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의 한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약국 건물 한쪽 벽면에는 '오늘 공적 마스크 판매는 오후 3시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부착됐지만 한시간 전부터 수십명의 인파가 몰린 것이다.

■신분증 미지참 등 발길 되돌려
1956년생인 한 남성이 "내가 와도 받을 수 있는거냐, 뭐가 끝자리인거냐"면서 주변사람들에게 마스크 5부제에 대해 묻자 그자리에서 설명회가 시작됐다. 주변 사람들이 "태어난 연도 끝자리가 1번, 6번이면 된다"고 설명해주자 다른 여성이 "주민등록번호 앞 6자리 끝번호가 아니었냐"며 묻는 등 너도나도 다시 되물었다.
52년생이었던 해당 여성과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시민 등은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약국들이 다수였고 약국마다의 공적마스크 판매 시간도 제각각이었던 탓이다.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던 91년생 이모씨는 "오전엔 회사 일 때문에 이제야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 4군데에서 허탕치고 5곳 째"라며 "들어오는 물량이 적어 배포 시간 30분 전에 갔는데도 이미 끝난 곳도 있었고, 오전 9시에 번호표 배포가 끝났다고 한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당장 내일 쓸 마스크도 없는데, 이번엔 꼭 순번에 들기 위해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9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앞. 마스크 판매시간 한시간 전부터 긴 인파가 늘어서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9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앞. 마스크 판매시간 한시간 전부터 긴 인파가 늘어서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이날 오전 9시 전부터 회사 근처 약국들을 방문한 91년생 직장인 A도 마스크가 없다는 약사의 말에 또 발길을 돌렸다. A씨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로 끝나는 이들은 (이번주 중)이날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해서 서둘러 약국을 찾았지만 이미 번호표가 끝난 곳도 있었다"며 "대체 몇시부터 나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리구매를 하려던 이들도 까다로운 서류구비 때문에 약사와 약간의 충돌을 빚기도 했다. 61년생인 한 남성은 "딸이 91년생인데 직장인이라 대신 사주려 주민등록증을 가져왔는데, 등본까지 가져와야 한대서 떼러 다시 가야한다"며 "갔다오면 다 팔렸을텐데, 또 다른 곳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약국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역시 문제는 공급량이었다. 공급량과 시간이 일정치 않아 방문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오전부터 약국을 찾은 많은 이들이 오후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다는 공지사항을 보고 발걸음을 되돌렸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한시간 동안 공적마스크 판매가 진행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사진=최재성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한시간 동안 공적마스크 판매가 진행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사진=최재성기자
■"물량 확보에 혼선 많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마스크가 오전에 들어오는 곳도 있고 오후에 들어오는 곳도 있다더라"며 "물량이 들어올지 여부가 확실하진 않지만, 혼선을 겪지 않기 위해 우선 오후 6시부터 판매를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약사도 "어제가 주말이다보니 오늘은 50장밖에 안들어올 예정"이라며 "내일부터 250장씩 들어오기로 했는데, 그것도 확실치 않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5부제 실시로 모든 이들이 한꺼번에 약국에 몰렸던 때보다는 구매 경쟁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2매 살 수 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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