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국제 증시, 침체 공포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0 16:47

수정 2020.03.10 16:47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9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시황판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9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시황판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로 휘청이던 국제 증시가 '석유전쟁'에 따른 유가 폭락 펀치까지 연이어 맞으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세를 보이며 주저앉았다. 시장에서는 이미 국제적인 경기 침체가 눈 앞에 왔다고 진단했으며 전문가들은 상황을 수습하려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산유국들의 화해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9일(현지시간) 개장 4분만에 7% 급락하면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15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지수는 거래 재개 이후에도 하락세를 보였고 결국 이날 7.6% 내려간 2746.56로 장을 마쳤다.
일일 낙폭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석유전쟁이 증시 패닉 부추겨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29% 떨어진 7950.68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7일 코로나19에 따른 불안으로 조정장(52주 고점 대비 10% 하락)에 접어들었던 미 3대 지수는 이날 고점대비 19% 가까이 추락하면서 약세장(고점 대비 20% 하락) 진입을 눈앞에 뒀다. 미 투자자문사 캔터피츠제럴드의 피터 세치니 수석 시장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단순히 약세장 진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지난 11년간의 상승장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지난해 상승장을 이어가면서 세계 경제 둔화같은 요소를 무시했다며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무너진 이유 중 하나는 기저에 깔려있던 취약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미 헤지펀드 그레이트힐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스 회장도 "이날 공포의 실체는 국제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날 범유럽 증시인 스톡스(Stoxx) 유럽 600 지수도 7.4% 내려갔고 영국과 프랑스 증시 모두 약세장에 진입했다.

공포의 도화선은 유가였다. 이날 뉴욕 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24.6% 폭락한 배럴당 31.13달러에 장을 마쳤고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24% 추락해 1991년 걸프전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을 나타냈다. 유가는 지난 2017년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석유 감산을 약속했던 러시아가 지난주 합의를 거절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폭락했으며 시장에서는 배럴당 20달러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헤이스 회장은 "투자자들은 러시아가 빠른 시일 내에 OPEC과 협상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채무불이행 위험과 신용시장 경색, 심지어 경기침체까지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방향에 반등 희망
이날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과 채권 가격은 증시 불안이 극에 달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솟아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각격은 온스(31.1g)당 0.2% 오른 1675.7달러를 기록했고 같은날 미 국채 유통금리는 장중 역대 최저 수준인 0.318%까지 떨어졌다. 채권 가격은 만기가치를 유통금리로 깎아서 매기는 만큼 유통금리가 내릴수록 가격은 오른다. 30년물 미 국채 가격 역시 0.866%를 기록해 1% 아래로 내려갔다.

폭락장을 겪은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틀어 쥐긴 했지만 곧 미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10년물 미국채 유통금리는 10일 들어 0.501%를 회복했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 선물 역시 같은날 2% 중반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0.85% 상승 마감해 전날의 낙폭(-5.07%) 일부를 회복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도 각각 1.82%, 2.42%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근로소득세 감면을 요청할 것이라며 다음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다음 달 28∼29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50%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기습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만약 골드만삭스의 전망대로 내려갈 경우 0~0.25% 수준으로 떨어지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저였던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인 '제로 금리'영역으로 들어간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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